임용운 시인, 서예가, 전 교장
눈사람을 만든다.
주먹 정도 크기의 눈덩이를 만들어 눈 위에 놓고 굴린다. 처음에는 주먹만 하였으나 굴러가면서 점점 커져간다. 계속 굴리면 사람만큼 커진다.
지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하나의 핵심 지식을 중심으로 눈덩이가 커지는 것처럼 지식이 축적되는 것이다. 이때 핵심 지식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용을 인지심리학자 피아제의 구성주의 이론이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지식이 만나서 더 큰 지식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학습을 위한 기본 지식이 많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은 암기하는 것이 좋다. 지식의 양이 적고 그 변화 속도가 느린 과거에는 특히 암기를 중요시 했으나 오늘날은 암기에 의해 지식을 늘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암기 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학문의 핵심이 되는 개념들은 암기하는 것은 학습 성취에 크게 도움이 된다. 또 암기 내용 자체보다는 ‘암기력’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데 역대 왕의 이름이나 갑자 을축 하는 간지를 외우고 있으면 훨씬 쉽게 역사를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개념들을 외우는 사이 암기력이 증진되어 뇌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러한 능력이 학력으로 직결된다.
암기력이 좋아야 학교 성적도 좋다. 조주행은 <공부는 암기력>이라는 저서에서 암기는 모든 학습의 기본이라 했다. 암기한 단편적 지식이 서로 관련을 맺으면서 또 다른 지식을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그는 암기력을 증강시키려면 우뇌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학습 내용을 단지 언어중추만을 가지고 문장으로만 이해하지 말고 내용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를 한 편 만들어 기억하면 좋다고 한다. 아울러 기억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반복 복습을 강조한다. 학습한지 9시간 내에 학습내용의 3분의 2 정도가 망각되므로 그 이전에 반복적으로 복습을 하면 망각 비율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부를 잘하려면 기억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그 본질은 반복학습에 있다는 것이다.
복습은 매우 중요하다. 선행학습을 하는 것보다 복습을 하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다. 선행학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본 학습을 소홀히 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복습은 이해한 내용을 기억하게 하거나 본 학습에서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용을 이해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학교 공부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서 그날 공부한 내용을 복습장에 쓰면서 다시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중요한 핵심 내용을 손으로 쓰면서 외운다. 복습은 한 번에 그치지 말고 여러 번 실시하는 것이 좋다. 공부하면서 어렵게 느꼈던 부분이나 문제를 풀다가 틀렸던 것을 중점적으로 복습한다. 핵심 개념을 반드시 외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습력이 향상됨은 물론 기억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암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집안 행사의 날짜, 가족의 전화번호, 생활 안전과 관련된 전화번호 등 생활과 관련된 것부터 외우도록 한다. 수시로 점검하여 잊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다. 애국가, 국기에 대한 맹세 등도 외우도록 한다. 좋은 시나 속담, 사자성어 등도 외우게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암기력이 향상되며 이때 암기했던 것들은 학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한자 공부를 위해 한자 부수 외우기, 명심보감 외우기, 영어의 기본문장 외우기 등도 권장한다.
조주행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생활습관으로 적당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을 권장한다.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하려면 하루에 6시간 정도의 수면이 필요하다. 피곤하여 졸리면 억지로 참는 것보다 2-30분의 짧은 시간이라도 잠을 자는 것이 피로를 회복하고 정신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면 신경세포의 성장 인자 수용체가 생성되어 기억력이 증가된다. 운동은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생성하는 단백질 형성을 증가시켜 집중력이 향상된다. 신체활동을 활성화하면 감동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켜 정신을 맑게 하고 기분을 즐겁게 하여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침 시간에 체육이나 신체활동을 하지 않았으나 아침 신체활동이 뇌 활동을 촉진시켜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