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자녀(3)-증자와 오바마 대통령

우리는 지난 호(338)에서 자신이 낳은 다섯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버린루소(프랑스의 철학자)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 행위에 대해 루소 자신은 뒤늦게나마 무한한 죄책감에 시달렸고, 또 통렬하게 자기를 반성하였다. 하지만 참으로 독한 아버지는 동양 쪽에서 나온다.  

중국 춘추시대의 유학자이자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 원래 이름은 증참)는 효성이 지극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효도에 대한 책효경(孝經)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 증점(曾點, 역시 공자의 제자였음)은 아들에게 매우 독하고 모질었던가 보다. 어느 날 증참이 참외밭을 매고 있는 아버지 곁을 지나가다가 참외 줄기를 상하게 만들고 말았다. 이에 화가 난 아버지는 작대기로 그를 때려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게 만들었다. 온 집안 식구들이 놀라 물을 끼얹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정작 그 아버지는 하나 뿐인 자기 아들이 죽는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스승의 가르침에 따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더 부끄러워하였다.

선생님(공자)께서 아시면, 어느 한 제자가 자기 자식을 죽였다고 얼마나 슬퍼하실까? 설령 그것이 실수였다고 해도 말이다. 과실(실수)이 없게 하려는 것이 선생님의 평생에 걸친 가르침이 아니었던가? ! 나는 죄인이로다.”

얼마 후, 의원의 치료로 증자가 깨어났다.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 효자이기 때문에 하늘이 살려준 것이다.”고 칭송하였다. 그런데 증참은 깨어나자마자 고통을 무릅쓰고 일어나 아버지에게로 갔다. 그리고는 저의 실수에 대해 아버지께서 힘들여 교훈을 주셨습니다. 손이 몹시 아프시겠습니다.”라고 빌었다. 그러고 나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거문고를 뜯으며 명랑하게 노래를 불렀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칭찬했다고 한다.

물론 증자(증참)의 행위 자체로만 보자면 참으로 감탄할만한 효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가슴 속에서 그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름은 어찌된 일일까? 아무리 아버지라 해도 어찌 그리할 수 있을까? 어찌해서 그런 아버지 아래에서 증자 같은 아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

흔히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다 도둑질해도 씨도둑은 못한다.”, “왕대밭에서 왕대 나고, 시누대(악기 재료로도 쓰이는, 가느다란 대나무) 밭에서 시누대 난다.”는 말들을 한다. 과연 그럴까?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 대통령으로서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버락 오바마는 2011미국 아버지의 날을 맞이하여, “나는 아버지 없이 자랐어요. 그래서 언제나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아버지 버락 후세인 오바마 시니어는 케냐 출신 경제학자였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태어난 지 3년 만인 1964년 오바마 대통령의 친어머니(유럽계 미국인)와 헤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자신의 부친을 재능이 있으나,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는 사람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처음으로 재즈 콘서트 장에 데려가주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농구공을 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의 부재(不在)가 몰아온 공허함과 아버지의 존재가 선물한 그 충만함이 그로 하여금, ‘자녀들과 더 함께 있고자 노력하도록하지 않았을까?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태도가 어떠하건,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인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우리는 두 인물에게서 보고 있다. (영광백수 출신, 광주교대 명예교수, 철학박사, 유튜브 강성률 철학 티비’, ‘강성률 문학 티비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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