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자녀(5)-성경 속 부모와 자녀

흔히 이 세상 부모 가운데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망정, 아들의 목숨을 내놓을만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자식들에게 잔인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성경 가운데 이스라엘의 역사서에 해당하는열왕기하편에 보면, 그야말로 비참한 장면이 나온다.

이후에 아람 왕 벧하닷이 그 온 군대를 모아 올라와서 사마리아를 에워싸니/ 아람 사람이 사마리아를 에워싸므로 성중이 크게 주려서 나귀 머리 하나에 은 팔십 세겔이요 비둘기 똥 사분의 일 갑에 은 다섯 세겔이라 하니/ 이스라엘 왕이 성 위로 지나갈 때에 한 여인이 외쳐 이르되 나의 주 왕이여 도우소서/ 왕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너를 돕지 아니하시면 내가 무엇으로 너를 도우랴 타작 마당으로 말미암아 하겠느냐 포도주 틀로 말미암아 하겠느냐 하니라/ 또 이르되 무슨 일이냐 하니 여인이 대답하되 이 여인이 내게 이르기를 네 아들을 내 놓아라 우리가 오늘 먹고 내일은 내 아들을 먹자 하매/ 우리가 드디어 내 아들을 삶아 먹었더니 이튿날에 내가 그 여인에게 이르되 네 아들을 내 놓아라 우리가 먹으리라 하나 그가 그의 아들을 숨겼나이다 하는지라/ 왕이 그 여인의 말을 듣고 자기 옷을 찢으니라 그가 성 위로 지나갈 때에 백성이 본즉 그 속살에 굵은 베를 입었더라.”(왕하624~31)

이 대목은 배가 고파 죽어가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멀쩡한 자식을 잡아 신에게 바치는 못된 버릇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스라엘의 구약시대에 나오는 이방민족 암몬 사람들은 몰렉(‘너희 왕우상을 가리킴)을 민족 신으로 섬기던, 가증스런 우상 숭배의 제사 의식이 있었다. 이 몰렉신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부터 가나안에서 이미 섬겨지고 있었다(신명기12:31; 18:9). 이 우상은 인간의 몸을 근간으로 황소머리를 하고, 두 팔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런데 이 신을 섬길 때, 암몬 사람들은 어린 자녀를 희생제물 삼아 불태우는 인신(人身) 제사를 드렸다.(“또 힌놈의 아들 골짜기에서 분향하고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쫒아내신 이방 사람들의 가증한 일을 본받아 그의 자녀들을 불사르고”-역대하283)

이 혐오스럽고 부패한 제사 의식(32:35)솔로몬 때에 결혼 동맹으로 인해 들어온 이방 여인들을 통해 이스라엘에 흘러들어와 나라를 오염시켰고, 예루살렘 근처 힌놈의 골짜기에 그 제단이 설치되기도 했다. 힌놈의 골짜기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남서쪽에 있는 골짜기로서, 일종의 쓰레기 소각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도벳 산당에서는 바알과 몰렉 등에게 인신 희생 제사가 드려졌던 바 항시 쓰레기를 태우거나 인신 제사를 위한 제단에서 불이 솟구치는 장면이 이어졌기 때문에, 신약에서 지옥평생 꺼지지 않는 뜨거운 불못이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어떻든 이 같은 범죄(사람 몸을 제물로 바치는 일)는 결국 솔로몬 왕 이후, 이스라엘 왕국이 둘로 나누어져 결국 차례로 멸망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편, 율법에는 이런 가증스런 우상이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 규정하면서, 그것을 숭배하는 자는 반드시 처형하되 돌로 쳐 죽이도록 명령하고 있다. (영광백수 출신, 광주교대 명예교수, 철학박사, 유튜브 강성률 철학 티비’, ‘강성률 문학 티비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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