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오늘부터 군수 사전 투표가 시작된다. 한창 바쁜 농번기를 맞으며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투표율이 조금은 낮을 거라는 예상도 있다. 특히 선거법 위반이라는 불법으로 현직 군수가 낙마하고 치러지는 보궐 선거이기에 평소보다 약간 힘이 빠질 수도 있겠다. 선거를 목전에 두면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극히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현 정부가 내세웠던 강령은 공정과 상식이었다. 검사 출신 후보로서의 공정성과 이에 따른 칼 같은 판단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을 내세운, 짧지만 굵은 울림이었다. 하지만 정치는 행동이지 멋진 말로 하는 건 아니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은 사는 곳과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가 달랐다고 한다. 호화스러운 실제 거소가 아닌 초라한 별채의 희미한 전등불 아래서 손님을 맞았고 항시 해진 양말이나 의류를 꿰매고 있었다고 한다. 손님은 대부분 독립운동과 관계있는 인물이었고 가난 코스프레는 독립자금을 끌어내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군사정권 전두환은 정의를 외치며 수많은 희생으로 이룬 국민의 자유권을 군홧발로 무참히 짓밟았다. 그래서 당명도 정의당이었지만 그가 휘두른 무지막지한 권력이 과연 정의에서 기인했던 것인지 생각해 보자.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친일 매국을 감추기 위해 모든 힘을 반공에 쏟았고 이른바 ‘빨갱이 정치’를 그럴듯하게 해내기도 했다. 또한, 극렬 좌파였던 자신의 행위를 좌파 척결로 멋지게 덮었다. 노태우는 거친 군홧발 정치를 ‘보통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해결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이용해 자신의 경제만 잔뜩 불렸다. 그리고 현재 윤 정권은 부부가 손을 잡고 함께 무너지고 있다. 내세운 공정과 상식은 자신들만을 위한 슬로건이 되었고 엄격한 사법의 칼날은 특별 계급을 보호하는 용도로 변해버렸다. 어디에도 공정과 상식이 들어설 자리는 없으며 힘들게 쌓아 올린 국가는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도자 한 사람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부부는 손을 잡고 해와 순방길에 올랐다. 그야말로 특별한 부부다. 새삼스럽게 그의 선출을 도운 사람들을 책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의 실수이기 때문이다. 소위 집단 지성의 실패다. 우리 영광은 어떤가. 더욱 참담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군수다운 군수가 선출된 적이 있었는지를. 지방자치제 삼십여 년 만에 지역을 문화 암흑기로 만들어버린 인물들이 바로 선출직 군수들임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작은 이웃 함평에도 공인된 미술관이 두 군데나 있고 복합문화센터가 있지만, 영광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기에 과거 문화 군이라는 자부심을 접고 이웃 고창으로 견학을 가야 하는 참담함까지 더해지면 감정은 억울함을 넘어선다. 돈을 자랑하듯 온 동네를 포장하고 주차장을 만들고 사서에도 기록이 불분명한 불교 도래지를 건설하고 많은 사람이 반대했던 해수탕을 지었다. 그런데 문화는 문화인들이 긁어대는 빈 솥 긁는 소리만 가득하다. 과연 앞으로 어느 인물이 군수가 되어 지역의 문화를 살리고 과거의 문화 최강지역의 자부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바라는 꿈은 단순하다. 문화재단을 만들고 복합문화센터를 건설하는 것이다. 영광의 군세로 문화센터 한 곳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경이롭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역임 군수들에게 하소연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문화와 예술을 모르는 지도자는 자격이 없다. 자녀를 공부는 시키지 않고 운동만 시키는 부모는 없다. 책은 사주지 않고 마당에 철봉만 달아줄 것인가. 육체와 정신은 같이 가는 것이다. 영광군의 부끄러운 현실을 자각하고 힘쓸 군수가 필요하다. 이제 영광 군민의 문화 수준이 군수 선출의 기준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문예인이여 일어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