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요즘 정부의 행보가 두렵다. 현재 정부가 보수 정권이라면 안보가 왜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보수와 안보는 같이 가는 결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심히 불안정하다. 여기에 세계 대전 3대 위험 지역으로 추가된 곳이 바로 우리 한반도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러시아에서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3대 위험지 중에서 이미 두 군데는 전쟁이 벌어졌고 이제 한반도는 정부의 의도대로 일촉즉발 위기 상황으로 스스로 발을 들이고 있다. 특히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을 하면서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정원을 통해 수시로 중계를 하고 있고 심지어 국정원이 우크라이나로 들어가 활동할 내용까지 미리 중계를 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밀을 필수로 활동해야 할 국정원이 자신의 행보를 예시하며 움직이고 있으니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인기 사건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로 일축하고 있지만 가부를 말하지 않음은 절반의 인정이다. 이번 무인기 사건을 보는 전문가는 일반인이 벌인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다. 경로와 투척 지점이 전문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언론은 한술 더 떠서 단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평양을 사정권으로 하는 암살 드론의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암살 드론’이다. 북한을 자극하는 목적성 단어를 취해 국내 최고 레거시 언론에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전에 합류한 북한군을 폭격해서 정책적 쟁점으로 삼자는 여당 고위 권의 문자가 밝혀지고, 북한군 포로를 취조하러 우리 정보원을 파견하자는 발언 등은 스스로 생산하고 있는 소위 ‘위기 조장’이다.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이제 서서히 소강상태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가 이 전쟁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이상하다. 여기에 북한군 내부 분열 신호 속출, 젤린스키 대통령의 분노, 북한군 사실상 전쟁 시작, 서방의 개입으로 세계 대전 위기 등 쏟아지는 언론의 목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정권이긴 하지만 전쟁을 스스로 청하는 모습은 기이하기만 하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미국은 오히려 신중 모드로 돌입했고 다른 나라도 조용히 관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대한민국만 직접 개입하고 있는지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젤린스키 대통령과 전화를 했다고 한다. 북한군 파병을 공동 대응하고 러북 야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서 ‘왜?’라고 묻고 싶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여기서 북한군이 얻는 이익이 참전의 경험이라면 우리는 해마다 수백 배의 위력으로 전쟁 같은 한미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러-우 전쟁에 개입하는 행위는 남의 전쟁을 우리 마당으로 끌어들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전쟁은 결국 이렇게 시나브로 끝을 맺을 것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비무장 지대를 형성하고 휴전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크라이나가 우리 경제에 주는 이득은 무엇이고 러시아와의 단절이 가져오는 이득은 무엇인지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우방으로 생각하고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는 행위 자체가 무지의 증거다. 과거 소비에트연합(소련)이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세가 비선들의 질주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지만 안보를 팔아 국민의 관심을 돌릴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 전쟁을 가져오려 ‘노력’하는 정권의 모습이 보이는 게 나 뿐일까.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는 말이 있지만, 전쟁의 위험까지는 정말 아니다. 우리는 전쟁이 무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