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한국문인협회 주관 지회·지부평가,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영광문학회가 걸어온 길
영광문학이 걸어온 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거칠고 황량한 벌판에 뿌리내린 잡초가 피워낸 꽃 즉, “야생화(野生花)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영광은 1950년 동족상잔의 전쟁이 할퀴고 간 깊은 상처로 문학의 맥이 끊기면서 오랫동안 문학의 불모지로 방치되어 왔던 곳이다
전쟁 전, 국민보도연맹사건을 시작으로 피아간에 죽고 죽이는 살상극이 벌어지면서 영광은 전쟁 기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3만여 명의 무고한 주민이 희생을 당했다.
그 과정에서 지방문학의 화려한 꽃을 피우며 한국 문단계에 큰 두각을 나타냈던 시조시인 조운 등 영광이 배출한 작가들이 월북을 했거나 고향을 떠나면서 결국 영광문학은 암흑기를 맞게 되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창이던 무렵에 몇몇 뜻있는 작가들이 회동을 갖고 선배님들의 맥을 이어 다시 한번 영광문학의 꽃을 피워 보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드디어 칠산문학회(후 영광문학으로 개명)를 발족했다.
그러나 문학회 활동은 녹녹치만은 않았다.
•문예지 절서사건과 시비 훼손사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문학지를 발행해오던 중 가장 먼저 닥쳐온 시련은 그 이름도 생소한‘문예지 절서 사건’이었다.
1995년, 모처럼 지자체의 호의로 문학지를 간행하게 되었으나, 문학지에 실린 일부 회원의 시(詩)가 지자체장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야간에 공무원들이 들이닥쳐 해당 부분을 가위로 오려내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시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0년 7월에는 영광출신 월북작가 조운의 시비 훼손사건이 있었다.
가람 이병기 시인과 더불어 당대 최고의 시조시인으로 평가받던 조운 시인은 안타깝게도 월북을 했다는 이유로 문예사적 업적은 물론 이름마저 강제로 잊혀져야만 했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 되던 2000년, 칠산문학회를 중심으로‘조운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결성하고 교육청 화단에 조운의 대표시인‘석류’시비를 세우고자 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시비를 세우던 날 국가기관인 안기부가 개입하여 경찰병력을 대동하고 중장비까지 동원해 시비를 훼손하였던 것이다.
결국 시비는 외곽으로 옮겨졌으나 이후 영광문학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만 했다.
창립 30주년이 되던 2018년,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이어져 오던 문학회가 갈수록 문학지 출판이 어렵게 되고 회원들의 활동마저 저하되면서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리 문학회를 그대로 주저앉힐 수는 없었다.
•창립 30주년 기념비를 건립을 시작으로
2018년에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문학회를 재건하기 위한 본격적 활동에 들어갔다.
먼저 그해 5월, 30여 성상을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영광의 문맥을 지켜온 지역 작가들을 격려하고 우리 문학회의 새 출발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영광문학의 표상이 될 영광문학 창립 30주년 기념비를 예술의 전당 진입로에 건립하였다.
또한, 문학지 편찬과 함께 우리 문학회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2020년부터는 차별과 편견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다문화가족들의 생활수기작품을 전국적으로 공모하여 시상하고 책자로 만들어 배포함으로써 다문화가족들의 인권 향상을 도모해 오고 있으며, 2021년 부터서는 문학의 새 장르인 디카시 공모전을 전국적으로 개최해 우리 지역의 관광자원을 알리고 홍보함으로써 문학을 통한 지역의 관광발전에 일조를 해오고 있다.
또한 문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인학교를 개설하고 각종 시화전과 창작시 공모전 등을 개최했으며, 장애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뇌성마비 장애인의 육필 시를 모아 시집으로 출간했다. 천재적 작가를 배출했으면서도 이념의 장벽 등에 갖혀 잊혀져 가야 했던 지역 출신 작고 작가들의 유작을 모아 추모문집도 발행을 했다.
•제1회 영광문축전을 열고
2023년 12월에는 처음으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한 해 동안의 문학회 활동을 결산하는 제1회 영광문학축전을 열었다.
한 해 동안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회원들을 위로·격려하며 디카시 공모전 등 각종 공모전의 시상과 아울러 각종 간행물의 출판 기념식을 겸해서 제1회 영광문학축전을 열고 성대한 축제 행사를 개최하였던 것이다.
이상이 영광문학회가 걸어온 고난의 역사이자, 영광의 길이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한해도 거름 없이 문학지 발행을 해주신 강구현 전 회장님을 비롯한 전임 회장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영광문학회가 한국문인협회에서 주관한 전국 지회·지부 평가에서 최우수지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을 수 있었음에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한강 작가의 위대한 노벨문학상 수상을 온 문학인들과 함께 축하드리며 아울러 영광문학회의 대한민국 최우수 지부상 수상을 자축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