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최근 국내의 작은 미디어 매체가 대통령 명예훼손 건으로 고발을 당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세상에 알려진 바로 검사의 커피 대접 논란이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사실이 매우 다르다. 이는 해당 유튜브 매체의 주장만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이 사건은 이미 녹취 파일로 세상에 널리 아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들어봐도 검사와 커피 관련 발언은 없으며 유튜브 방송 기자는 당연히 이를 거론한 적도 없다. 그런데 세간에 파다하게 퍼진 뉴스는 이들이 없는 사실을 유포해서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당했다는 것이니 큰 왜곡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옳게 밝혀줄 미디어 매체는 물론 기성 언론도 전무하다. 다만 당사자들만 외롭고 힘겹게 싸우고 있을 뿐이다. 이는 한발 물러서 보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공무원인 검사 즉, 검찰의 거짓이다. 문제는 이런 거짓이 정치권까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 정부의 널브러진 거짓말을 ‘입벌구’라는 약간 격이 떨어지는 단어로 표현한다. 가장 대표적인 거짓말과 황당한 변명은 대통령실이 으뜸이다. 사안과는 전혀 엉뚱한 변명은 일상이고 지극히 상식적이지도 않은 내용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괴감마저 느끼게 한다. 박근혜는 자신이 대통령까지 하고 있음에 자괴감을 느꼈지만,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거짓과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에서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스스로 자부하고 국민은 스스로 부끄러워한다. 세계 정상 회담에라도 참석하면 의전을 몰라 헤매는 게 오히려 정상이고 성과 아닌 성과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 또한 다반사이니 한숨과 함께 나오는 건 ‘이를 어찌할꼬’이다. 세계의 모든 정치인은 거짓말을 한다는 게 일반론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에 사심이 들면 피해의 그물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미치기 마련이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정치인에 대해 만연한 불신은 우리 정치 문화의 고질병이며 시민에겐 정치 참여의 동기를 상실하게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불신은 거짓의 결과다. 시민의 정치 참여 동기 상실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정치 무관심층이 두터워질수록 정치는 퇴행하며 정권은 ‘해먹을 기회’가 두터워진다. 정치인의 부패(腐敗)다. 여기서 부패는 썩어서 문드러진다는 의미다. 같은 부패여도 발효는 선의이지만 썩어서 무너지는 현상은 최악이다.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패한 것은 ‘패기’가 유일한 해결법이다. 정상적인 국가 혹은 사회라면 부패 관리는 폐기 처분이 답이다. 부패는 거짓으로 출발해서 거짓으로 마무리된다. 이재정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정직한 집단을 물었더니 어린이가 37%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했고 정치인은 0.7%로 극단적인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정부가 실시한 한국인의 가치관 조사에서도 가장 불신 기관으로 청와대(대통령실)와 국회가 지목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거짓말로 출발한 결과라면 정치인의 거짓말은 정부의 최대 적이 된다. 불교에 팔열지옥이 있다. 여기서 5,6,7열 지옥으로 떨어지는 죄인의 공통이 ‘거짓’이다. 그리고 단테의 신곡 9칸 지옥도에서는 8지옥이 탐관오리와 위선자 그리고 권모술수자가 떨어지고 가장 가혹한 9지옥에는 배신자가 떨어진다. 즉, 8과 9칸에 사기와 위조 그리고 기만적인 배신이 배치되어 있다. 기만과 사기, 배신은 모두 거짓의 부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거짓과 기만 그리고 배신에는 용서가 없다. 정치의 생명은 공약과 이행이다. 이게 거짓이라면 민주적 정치 질서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공약은 국민의 의견 수렴이고 이를 실행하겠다는 약속이다. 모든 거짓말은 여기서 출발하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만든다. 해명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권력으로 거짓의 강제 포장을 씌운다. 그리고 부끄러움까지 덮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