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처럼 정신적으로 피폐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해가 힘든 일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늘어서고 있다. 법은 상식의 최소화라는데 아무리 상식을 들이대도 보이지 않는다. 왜 명백하게 드러난 범죄를 처리하지 못하고 수십일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더욱 이해가 힘든 건 국민팔이 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과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내란을 찬동하고 부추기는 무리다.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국가를 전복하려 했던 세력을 옹호하며 정당성까지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일까. 문득 을사년 친일 세력이 떠오른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국가를 팔아넘겼던 사람들이다. 개인보다 국가와 부모를 우선으로 하는 충효 사상은 빛이 바랜 지 이미 오래지만, 이러한 현상을 개인주의라는 말로 정의하지는 않는다. 충효 사상의 저변에 국가가 우선이라는 의미가 짙게 깔려 있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팔아서 채울 수 있는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라는 보호망이 사라진 개인에게 주어지는 평화와 안락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결국 국민과 국가에 우선하는 개인은 없다. 영원한 권력을 향한 어리석은 몸부림은 항시 비극으로 막을 내렸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경험하고 배웠다. 특권 카르텔은 절대 영속하지 않는다. 국가의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게 국민이다. 영토를 잃으면 임시정부라도 구성해서 국가의 이미지와 명맥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국민이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국민이 가장 큰 힘을 갖고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권력을 행사해도 결국 한시적이다. 자신이 권력의 배를 띄우고 있는 물이 국민임을 모르는 무지는 항상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패착으로 돌아온다. 이보다 더 어리석은 부류는 동조 세력이다. 주류도 아니면서 떨어지는 약간의 부산물에 정신이 팔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모른다. 중심 내란범들은 이들을 내세워 방어막을 치고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 역시 내면의 욕심이다. 국가와 국민을 초월한 사사로운 욕망이 현재 대한민국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나라가 무너지면 국민의 일원인 자신들도 같이 무너진다는 간단한 공식을 욕심의 콩깍지가 가리고 있다. 그 중심에 선 화제의 인물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어쩌다 보니 자신의 이름 앞에 대통령이 붙었다. 비록 권한대행이라는 수식어가 꼬리로 달리긴 했지만,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세상이 무지갯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야당과 국민 대부분이 원하는 특검법과 헌재 판사 임명이 처리되면 자신의 대통령 역할도 그만큼 빨리 막을 내리게 되니 그럴 수는 없다. 단번에 농관련법 등 5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쳐내버리고 쌍특검과 헌재 판사 임용은 시간 끌기로 들어갔다. 무속 정치를 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명령을 내리고 있는 자는 누구일까. 내란을 일으킨 당사자와 부인을 비롯한 모든 작전을 맡아서 행했던 내란 실행자와 비장한 결심으로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모두 무속과 깊이 관련이 되어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출마부터 계엄까지 모두 무속의 기승전결이다. 이는 외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으니 속된 말로 쪽 팔린다.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게 세상에서 가장 추한 것이 노욕이다.’라는 말이다. 한덕수의 얼굴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바로 욕심이다. 거의 종점에 다가온 삶을 위해 처절하게 추구하는 권력과 재물의 욕심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자식도 없다는 그가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의 이름에 쓰인 ()’이 아닐까. 결국 국민에게 무너질 권력 욕심의 환상을 버리지 못하면 가장 추했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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