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내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 우울하고 섣달 긴긴밤 잠을 못 이루고 있지만 정치권은 자기 밥그릇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내란으로 국가의 위신이 떨어지고 국제적 놀림감이 되고 있지만 국회의원 108명 집단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조하고 있다. 자신들을 향해 총을 겨눈 사람을 옹호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관저를 찾아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다. 이들은 44인의 내란 동조자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역사에 박제되어 남을 것이다. 죽을 사(死)자 두 개를 스스로 새긴 것이다. 아무리 차기 공천이 간절해도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고 삼권분립의 민주주의를 파괴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큰 범죄자를 향해 애정의 하트를 날리는 행위는 이해가 힘들다. 잘못된 이기적 욕망에 이성을 잃었다. 여기에 동조하는 일부 국민을 향한 선동은 새로운 내전을 만들고 있다. 같은 아스팔트 위에서 분열되어 응원봉과 태극기를 들고 보호하려는 측과 깨뜨리려는, 함성보다 진한 절규를 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게 누구인지 서로를 손가락질한다. 잘못된 생각으로 정권을 잡은 일개인의 파행이 부른 결과치고는 너무 손실이 크다. 특히 국민의 분열과 대립은 극으로 치닫고 외국에서 올라오는 외신은 절반 이상이 조롱이다. 국격까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08인이 만들어 낸 108 번뇌다. 모든 법안은 대통령이 재의결을 요구했고 108인은 틀림 없이 이에 동조했다.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제안한 법안을 모두 거절했고 가족을 향한 특검을 털어내기 위해 소중한 군대까지 동원했다. 입법과 사법을 통합해서 독재 정부를 만들고 영구 집권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를 향해 총을 겨눴지만, 민주시민에 의해 좌절되었다. 그런데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 사람에게 다시 애정을 구하기 위해 44인이 내란범이 숨어 있는 관저를 찾았다. 이들에게 과연 국민은 있는 것일까. 일 년만 지나면 모든 걸 잊는 개, 돼지만 있을 뿐이다. 영하의 날씨에 은박지를 뒤집어쓰고 아스팔트 위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은 생각이 불순한 반국가세력이고 처단의 대상이다. 과거 조선시대부터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개, 돼지 백성이 죽창을 들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했고 왕과 귀족은 백성이 피로 구한 나라를 다시 권력으로 삼아 부귀영화를 누렸다. 백성은 자신에게 나라를 구해서 바친 은인이 아니라 다스려야 하는 대상 즉, 개와 돼지일 뿐이다. 현재 정부와 뭐가 다른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덮고 권력의 욕망을 위해 국민의 목숨 정도는 가볍게 여기는 부류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망상적 ‘싸패’다. 여기에 동조하며 태극기를 든 부류 역시 공감 능력을 상실한 변형 된 ‘싸패’에 해당이 된다. 정신 깊은 곳까지 파고든 사대주의는 본능적으로 미국을 섬기고 일본을 사모한다. 고려 때는 몽골의 변발과 변복으로 엎드렸고 송나라 시기엔 주자의 성리학을 벗어나면 사문난적이 되어 파문까지 당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장기 아래에서 욱일기를 손에 들고 기미가요를 부르며 일본 말이 유창해야 신지식인 대우를 받았다. 해방이 되고 미군정이 시작되자 다시 이들 부류는 손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들었다. 현재 국가를 전복하려 했던 내란범을 구하기 위해 아스팔트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星條旗)가 들려 있다. 미국이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행위겠지만 미국은 이미 내란 범죄를 저지른 윤석열을 버렸다.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라면 내란범을 옹호할 이유도 명분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맹목적 사대사상에서 벗어나 성조기를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무뇌 노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