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기술위원장·영광출신
안녕하세요.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기술위원장 김호영입니다.
블로그로 인사드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조금 생소하지만, 축구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설레는 마음이 더 큽니다.
저는 2022년부터 K리그 기술연구그룹(TSG)에 합류했습니다. 여느 축구인들처럼 현장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축구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필드에서 지도자로 서던 때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돼 좋았습니다. 필드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의 팀’에 매몰됩니다. 생존을 건 싸움의 나날에 묻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비해 TSG 위원으로는 균형적인 시각으로 경기를 담습니다. 선수들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매 라운드 TSG 위원이 담당하는 경기 횟수는 제한적이지만, 저는 일부러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경기장을 찾아 다니며 더 많은 경기를 보려 애썼습니다.
지난해 9월 13일, 위원장 직무대행이 된 날에도 저는 광주로 갔습니다. 저의 고향이자 감독 시절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가 홈에서 포항과 경기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추석 즈음이라 KTX 표가 매진되는 바람에 직접 차를 끌고 이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원장 자격으로 고향 팀을 찾으니 어쩐지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경기장을 꼬박꼬박 다녔습니다. TSG 위원 시절과 달라진 점이라면 각 구단의 대표이사님, 단장님 같은 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입니다. 경기만 보던 때와 달리 구단별로 처한 상황이나 환경을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팀을 운영하는 분들께 힘이 되고 용기를 드릴 수 있는 선한 씨앗을 뿌리는 것도 위원장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연맹은 정책을 세우고 리그를 운영합니다. 구단은 팀을 운영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합니다. 저는 연맹과 구단 사이에서 많이 듣고 많이 배우며 K리그 구성원 모두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지난 1월 13일 정식으로 기술위원장에 선임되자마자 저는 바로 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K리그 팀 다수가 방콕, 후아힌, 파타야, 촌부리, 치앙마이 등 태국 각지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입니다. 저는 태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국내 등 K리그 팀들의 전지훈련 캠프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각 팀 감독님들을 만나 새 시즌 준비 상황을 들어보고 팬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도 나눠볼까 합니다.
2월 1일부터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드릴 생각입니다. 일정상 K리그1 12팀 위주로 방문기를 쓸 예정이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K리그2 팀들의 이야기도 전하겠습니다.
마침 방콕으로 들어온 첫 이틀간 K리그2 변성환 감독(수원삼성), 김도균 감독(서울E), 권오규 감독(충북청주)을 만났습니다.
변성환 감독에게서는 진실함과 간절함을 느꼈습니다. 짧게 티타임을 가지려던 계획이었는데, 두 시간을 훌쩍 넘어 긴 대화로 이어진 만남이었습니다. 헤어질 무렵 변 감독이 코칭스태프를 모두 불러 소개하더군요. 그중에 저의 제자이기도 했던 이상용 코치도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수원은 승격은 물론이고 승격 이후 K리그1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판까지 내다보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당장 퍼포먼스를 낼 더블 스쿼드에, 향후 성장을 통해 팀에 도움이 될 선수들까지 확보해 트리플 스쿼드를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도균 감독과는 추춘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K리그는 추춘제 도입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견을 듣는 중입니다. 김도균 감독은 추운 시기에 경기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지 우려하더군요. 추운 날씨에는 부상 위험이 높아지니까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연맹은 1, 2월 혹한기에 일정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추춘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현장을 다니며 감독들이 오해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바로 설명해주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규정이나 제도에 관해 지도자들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듣는 기회도 되겠지요.
충북청주와의 미팅도 인상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권오규 감독뿐 아니라 김현주 대표와도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김 대표는 충북청주 초대 대표로 2023년부터 지자체와 기업 컨소시엄 구단으로 K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뒤 사업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경영방식을 제시한 분입니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어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점이 많았습니다. 지도자와 경영자들께 저도 힘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정보를 드리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더군요.
세 팀과의 미팅은 전지훈련 방문기를 준비하는 저에게 ‘예열’이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K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예년에 아웃복서가 많았다면 이번 시즌에는 인파이터가 많아졌다고 느낍니다. 겨울 이적시장 내내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영입으로 선수를 보강한 팀들은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보입니다. K리그1, 2 가릴 것 없이 이런 팀들이 많아졌습니다.
팬들의 눈높이도 올라갔습니다. 고급 축구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승리도 추구하지만 질적인 향상을 함께 원한다고 느낍니다. 확실한 팀 컬러를 기대하고요. 감독들이 더 연구하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감독의 업무는 가중될 수밖에 없지만, 팬들은 그만큼 다양성을 통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팀마다 어떤 전술을 준비하는지도 궁금하지만 각 감독이 그리는 전반적인 그림이 무엇인지도 듣고 싶습니다. 이번 방문기에서는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날씨로 따지면 지금은 하늘이 청명하고 맑은 시기입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들의 마음에도 행복과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감독들을 만나기에 좋은 때라는 의미입니다.
시즌이 시작하면 성적에 따라 일교차가 커지지요. 안개가 짙게 끼는 팀도 나오고, 불안정한 기류에 근심이 많아지는 팀도 나옵니다. 시즌을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무척 중요해졌습니다. 바로 전년도 K리그2에서 출발이 좋았던 안양의 해피엔딩이 좋은 사례입니다.
이번 시즌에도 모두가 해피엔딩을 꿈꿉니다. 그 꿈을 쫓아 땀을 흘리고 있는 팀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K리그와 함께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새 감독 거스 포옛과 함께 ‘왕조 부활’을 꿈꾸는 전북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