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우정-장자와 혜시(1)

어느 날 중국의 철학자인 장자(莊子)의 아내가 죽고 말았다. 이때 친구 혜시가 문병을 왔는데, 정작 장자 자신은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시가 그 까닭을 묻자, “(나의 아내)는 본래 삶도 형체도 없었고, 그림자조차 없었지 않은가? 이제 그녀도 죽었으니, 이것은 춘하추동의 변화와 같은 것이네. 그녀는 아마 한 칸의 거실 안에서 단잠을 자고 있을 걸세. 내가 처음에는 소리 내어 울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가소롭게 느껴졌다네.” 라고 대답하였다.

평소에 장자의 친구이자 논적(論敵)이었던 혜시(惠施, 기원전 370?~310?)는 송나라(현재 하남성) 출신으로서, 위나라 혜왕의 재상을 지낸 적이 있으며 학식 또한 넓었다. 두 사람 모두 박학다식한 데다 말솜씨 또한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하지만 장자가 만물일체론’(“모든 사물은 서로 얽혀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에 입각하여 천인합일(‘자연과 인간이 본래 하나임’)의 경지에 도달해 있던 반면, 혜시는 사물의 관계를 엄격히 구별하고자 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쟁심 또한 대단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혜시가 재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인 장자가 그를 만나러 간다. 이때 어떤 사람이 혜시에게, “당신보다 재주가 훨씬 뛰어난 장자가 온다오. 그렇게 되면, 재상 자리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오.”라고 말했다. 이에 당황한 혜시는 부하들에게 장자를 찾아오도록 하였다. 그러나 꼬박 3일 동안 찾았지만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때 장자가 스스로 찾아와 이런 말을 하였다.

남쪽 지방에 봉황새의 한 종류인 원추(鵷雛)라는 새가 있었는데, 이 새는 남해에서 북해로 곧장 날아간다네. 그 새는 먼 길에도 불구하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으며, 단샘(醴泉)의 물이 아니면 마시지를 않지. 그런데 어느 날, 썩은 쥐 한 마리를 물고 그 새의 아래를 지나가던 솔개가 혹시 그 원추새가 먹이를 빼앗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머리를 쳐들고 끼-하고 울었다네.(이때 입에 물고 있던 쥐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그대도 이 솔개처럼, 양나라의 재상 자리를 나에게 놓칠까봐 큰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위 내용 가운데 오동나무의 목재는 나뭇결이 아름다우며 재질이 부드럽고, 습기와 불, 벌레에 잘 견디며 가벼우면서도 마찰에 강해, 책상이나 장롱 같은 가구를 만드는 데 좋은 재료로 쓰인다. 옛날에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혼수(婚需)를 대비하기도 했다. 또한 목재의 울림이 좋고 소리를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거문고, 비파, 가야금 같은 악기를 만드는 데에도 쓴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뿌리, 껍질을 치질이나 타박상, 삔 곳, 악성 종기 따위에 약으로 쓴다. 오동나무는 정원에 관상수로 심기도 한다.

대나무 열매역시 신선과 학은 오로지 이슬과 대나무 열매만 먹는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신성한 열매이다. ‘대나무 열매는 아예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대개는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다고 본다. 그 주기는 대략 60~120년인데, 일생 동안 오직 한번 꽃이 피고 동시에 열매를 맺은 뒤 말라 죽는다고 한다. 이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오동나무위에서만 쉬고, 신성한 대나무 열매만 먹는 새는 그만큼 깨끗하고 고상하다는 뜻이리라. 벼슬에 마음을 비운 장자의 심경을 알아차린 혜시는 그제야 비로소 왕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장자와 혜시’ 2편은 다음 호에. 영광 백수 출신,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강성률 철학티비’, ‘강성률 문학티비운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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