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걸 전 연합뉴스 기자

한강 작가는 1980년 대한민국 최정예 공수부대의 잔인한 진압에 맞선 광주 시민의 민주화 운동의 상흔을 소년이 온다로 그려냈다. 세계인들은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광주시민의 아픔을 소설로 그려낸 한강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으로 화답했다. 스웨덴노벨위원회는 한강 작가를 동양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음을 여러 보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한강 작가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는 본인 고향 장흥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피풀 붓다라는 소설에 담았다.

우리 고향 영광은 그보다 먼저인 1641년전에 동서양 문화문명의 정수를 받아들여 동북아시아의 문화중심 기착지 역할을 한 곳이다. 간다라문명이다. 당대에 최고의 문화문명의 전성시대를 누린 간다라문화다. 그 문화문명의 전파자 역할에 나선 분이 다름아닌 마라난타 스님이었다. 백제 신라 고구려 3국시대에 유일하게 백제 왕실에서 국사로 모셔온 분이 마라난타 스님이었다. 백제는 체제 안정뿐만아니라 정신문화를 고양시키는 방편으로 영광 불갑사, 나주 불회사, 서울 대성사 등 곳곳에 마라난타 스님의 조언대로 절을 세우고 민심을 고양시킨 점을 사적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 유구한 역사를 복원시키고 있는 곳이 공교롭게도 영광이다. 군정차원에서 역사복원을 추진해 법성포(法聖浦)의 지명을 살리는 곳에 마라난타유물관을 세웠다. 법을 전하러 온 성인이 온 포구 입구 법성포다. 마라난타유물관은 지난 2006년에 개관이후 여전히 더 구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법은 단순히 불교뿐이 아닌 다양한 서양의 문화문물이 함께 왔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이제 전쟁과 가난의 질곡에서 압축성장의 대명사로 발돋움했기에 이젠 문화문명을 좀더 정교하게 다듬을 때와 동선을 함께 하고 있다. 논과 밭을 일구기 위해 큰 돌덩이들을 걷어 치우고 묻었는데 그게 선사시대 고관대작이나 부자들의 무덤이었음이 밝혀졌다. 문화와 문명도 가난과 굶주림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세였던 시절이었다. 그 질곡을 벗어났으니 우린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영광군은 지난 20여년동안 그 대장정의 여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영광의 혼을 찾는데 군민과 함께 세계 석학 그리고 이를 전수한 파키스탄 중국 관계자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광 사람에겐 6.25와 광주민주화 운동을 거치는 동안 마음의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12.3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내란 공모는 충격파가 컸다. 동시에 왜 우리가 문화 문명에 대한 기본기를 갖춰야하는지에 대한 자문자답을 얻었다.

법성포와 염산가는 삼거리에 정신개벽(精神開闢)이란 이정표가 있다. 국내 어느 동네 입구에도 이처럼 멋진 문구를 본 적이 없다. 큰 바위에 새겨진 精神開闢은 바로 굶주림 가난에 잊혀진 우리 혼를 되살려 보자는 어르신들의 뜻이 담겨져 있다. 영광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다해 산속에 큰 돌을 찾아 석공에게 의뢰해서 세웠기 때문이다.

영광 어르신들은 고대를 거슬러 그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정신개벽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본다.

영광이 고대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의 흔적은 영광 곳곳에 남아있다.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융합해서 꽃 피운 헬레리즘 문화의 흔적이다. 그 문화를 전파해준 후손들인 간다라 지금의 파키스탄 문화관광부장관 고고학자들은 영광 불갑사, 마라난타유물관을 직접 찾아와 탄성을 자아냈다. 경제강국 한국이 자기네 선조를 이처럼 격식을 갖춰서 기리는 모습에 함께 하고 싶어한다. 지금의 간다라는 동서양 문화문명의 충돌 뿐만아니라 근현대사에는 이념 충돌의 격전지로 변해 폐허와 전쟁의 진앙지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때 천년간의 문화문명이 꽃피운 간다라가 그후 수천년이 지난 지금은 과거사의 흔적을 회복하려는 바람이 일고 있다. 문화복원을 통한 새로운 미래를 함께 해보자는 발원이다.

세계적인 영적지도자들도 간다라 문화유적지에 대한 발길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종교지도자들 뿐만아니라 이탈리아, 영국, 인도, 중국, 일본, 태국 등에서 나서고 있다. 그들이 찾고 복원하고 있는 그 문화문명의 흔적을 우리 영광군과 군민은 20여년전에 법성포에 조성하고 이를 더욱더 고양시키기 위한 대장정에 함께 하고 있다. 영광신문은 이를 끊임없이 소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지면에 담아내고 있다.

영광신문은 흔들림없는 창간정신의 한축으로 영광의 혼 문화문명의 계몽화에 앞장서고 있다. 창간 기념일에 맞춰 다시 기고할 기회를 얻어 간다라문화를 소개할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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