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기가 막힌 현실에 생각이 가지런하지 못하다. 주위에선 비현실적이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반도였던 영토는 북쪽이 막혀 실질적인 섬이 되었고 민족 분단의 현실은 영구적으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수백만 이산가족은 최근 북의 이산가족 만남의 장소 건물 철거 발표로 마지막 희망마저 절망으로 바뀌는 아픔을 맛보았다. 힘 있는 이웃의 횡포로 인해 타의로 갈려진 형제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다리는 치워졌다. 그리고 남한에 남은 국민은 다시 분열로 치닫는다. 아메바 세포 분열도 아니고 기가 막히지만 화합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심각함을 정치권은 굳이 인식하지 않으려 하고 오히려 정치적 입지의 바둑돌로 사용하고 있다.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초석은 법이고 모든 법을 통괄 정의하는 헌법의 위치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지고지순하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국회의원 나리께서 헌법 파괴 세력을 지지하는 단식을 하고 여당의 다수 의원님께서도 응원하고 있다. 반헌법 단체의 극우 모임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헌법 기관인 헌법재판소를 박살 내자고도 한다. 헌법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법원을 침탈 파괴하고 헌재 재판관을 협박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참 기이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적 현상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넓지 않은 영토에서 같은 문화를 누리며 같은 교육을 받는 국민이 증오와 배척의 분열로 치닫는 원인은 무엇일까. 같이 보고 느낀 정치 현상을 전혀 반대로 이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력의 화신인 정치인의 선동과 선전의 결과는 아닐까. 나라를 팔아서라도 자신의 권력과 이권은 챙겨야 하는 부류와 집단의 광기는 아닐까. 모두 원인의 근본을 벗어나지 않는 이유가 되겠지만 나는 우리의 교육 제도에서도 근원을 찾고 싶다. 근원의 심각함은 모른다라는 단어에서 출발한다. 이순을 넘긴 세대는 꾸며진 현대사를 배웠고, 40~50 이전 세대는 현대사를 전혀 배울 기회가 없었기에 모르는 것이다. 실제 임시정부 이후부터 1950년 전쟁까지 역사는 우리 머리에 남아있지 않다. 대한민국이라는 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을 단 몇 쪽의 기술로 얼버무린 게 바로 우리 현대사 교과서라고 보면 된다.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의 반도 진출부터 미국의 군정과 정부수립 그리고 북한의 정부수립까지 일련의 흐름을 비밀문서 다루듯 하는 원인 또한 이해가 힘들다. 여기에 특수 계급을 양산하는 경쟁 우선의 교육 제도는 대한민국을 특수 계급 파쇼 국가로 만들었다. 요즘 정부를 보자. 오직 시험으로 선별한 시험 전문가들의 학벌 체제는 대한민국에 특수 계급을 형성했고 모든 권력과 부패는 이들로부터 나왔다. 개인이 하면 독재지만 이는 학벌로 형성된 특수 계급의 파시즘이다. 이들은 똘똘 뭉쳐 국가를 매개로 모든 특권을 행사하고 누린다. 그리고 강력한 국가 권력과 전체주의적 통제권을 갖고 개인의 자유권과 민주주의를 저해한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로 상징되는 파시즘이기에 대부분 독재와 의미를 같이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다른 바탕색이다. 독재는 영구집권 혹은 장기 집권을 목적으로 하지만, 5년마다 새로운 집권자를 선출하는 우리는 영구집권의 특수 집단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학벌을 기반으로 한 특수 파쇼 집단이다. 대통령은 바뀌어도 소위 정치 마피아 군단은 항상 그 자리에서 권력을 행사한다. 최근 대한민국의 파쇼 집단은 검찰이 맡고 있다. 육사의 군벌 시대를 거쳐 학벌을 기반으로 한 검찰 시대인 셈이다. 시험으로 진출한 특수 파쇼 계급에 강력하게 항거하는 사법부와 입법부를 무력으로 쳐내고 검찰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 일부 체재의 장기 집권을 노렸던 것이 바로 이번 계엄이었다. 현재 한국 교육은 집단 파시스트 양성소라는 개인적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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