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거대한 폭풍우의 바다 베링해
지구상에는 4Km(10리)가 채 안되는 가까운 거리지만 시간상으로는 하룻길이 떨어져 있는 특이한 지역이 있다.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대륙을 가르는 좁은 바닷길인 베링해협에 있는 두 섬이다.
영국 BBC 방송의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데드리스트 캐치’(알래스카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 및 폭풍우와 싸우며 킹크랩을 잡는 어부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한 드라마)의 현장으로 유명한 베링해는 양 대륙을 구분하는 경계일 뿐만 아니라 초강대국 미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태평양에서 북극해로 들어가는 관문인 이 베링해협에는 다이오미드 섬(Diomede Islands)이 있는데 러시아어로는 그보즈데브 섬이라고도 한다.
이 다이오미드 섬에는 리틀 다이오미드와 빅 다이오미드라고 부르는 두 개의 섬이 있다.
서쪽에 위치한 빅다이오미드섬은 러시아령이며 동쪽에 위치한 리틀다이오미드 섬은 미국령으로 두 섬 사이의 거리는 고작 3.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이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긴장감이 흐를 것 같은 군 초소나 레이더 등의 군사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빅다이오미드 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기지로 사용되었으나, 전쟁 이후 구소련은 주민들이 미국과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을 소개시키면서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된 반면 미국령인 리틀다이오미드섬은 소수의 원주민인 이누피아크족들이 현재도 이 섬에 살고 있다.
20시간 차이의 날짜 변경선
이 두섬 사이로는 하루를 달리하는 날짜 변경선이 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빅다이오미드 섬과 리틀다이오미드섬이 불과 3.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시간상으로는 무려 20시간의 차이가 난다.
즉, 러시아령인 빅다이오미드섬에서 하루를 보낸 후 3.7Km 떨어진 미국령 리틀다이오미드섬으로 건너가게 되면 하루를 더 살게 되는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 지역은 원래 러시아 영토였지만 1867년에 러시아가 미국에게 알래스카를 팔면서 부속 도서였던 두 섬이 지금의 국경선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빙하 시대에는 이 베링해가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하며 이 길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아메리카대륙으로 동물물이 왕래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도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
태평양과 북극해 사이의 좁은 해협인 베링해는 태평양과 북극해를 연결하는 좁은 해협으로 덴마크 출신의 탐험가 비투스 베링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였다.
베링해는 지형적인 특성상 파도가 거세기로 유명한데 거대한 파도와 폭풍우 속에서 목숨을 걸고 킹크랩을 잡는 어부들의 숨막히는 순간들이 디스커버리 채널에 소개가 되면서 널리 알려진 지역이다.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오늘
몇 년 전, 전라남도 곡성에 있는 동화사라는 절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절 한 켠에선 절을 중창하기 위해 기와시주를 받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시주하면서 기왓장 전면에 무운을 빌거나 성공을 기원하는 각종 기도문을 적어 놓고 있었다.
기도문 내용에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는 가지런히 쌓인 기왓장을 한 장씩 조심스럽게 들춰가며 읽어보기 시작했다.
몇 장이나 읽어 봤을까. 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글을 읽는 순간,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가득차 살아가는 오늘이 어마어마하게 소중한 하루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사는 오늘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
베링해의 한 섬에 살다 시여리 떨어진 또 다른 섬으로 가면 하루를 더 살 수 있다는 우스갯 글과 오버랩되면서 이렇게 소중한 하루 하루를 지금까지는 헛되이 허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회한(悔恨)으로 수없이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어제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그렇게 살기를 갈망했던 내일인 오늘,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오늘 하루를 아끼며 더 알차고 보람있게 살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