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유행어가 불면의 밤이다. 마무리되지 않는 불법 계엄 때문이다.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던 내란의 현장이었기에 현재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형사 재판도 아니고 위헌만 가리면 되는 헌재의 판결이다. 일반 법률가도 하루면 충분히 심리가 가능한 명백한 사건을 유례없이 긴 시간을 끌고 있다. 대부분 국민이 염려하는 건 다름이 아닌 비상식의 발생이다. 계엄부터 현재까지 돌아보자.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고 정적 제거와 권력 장악을 위해 무력을 시도했던 책임자를 체포하는 데 공권력의 무력을 확실히 알았다. 비화폰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한 경호처 차장의 구속은 검찰의 횡포로 막혔고 검찰 상부의 확인을 얻고 나서야 겨우 영장이 청구되었다. 법 집행은 사람에 따라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리고 일개 판사는 법을 왜곡 해석해서 겨우 구금한 내란 책임자를 석방하라는 의견을 냈고 즉시 항고로 체포의 정당성을 다투어야 할 검찰은 재빨리 석방하는 기민성을 보였다. 이쯤이면 판사 일인과 검사 일인만 작당하면 국가 정도는 가볍게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잠시 운전대를 대신 잡은 최상목은 거부권의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음은 물론 헌재에서 의결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마음대로 지연하고 있다. 그러면서 특검은 위헌의 소지가 있어 받을 수 없다는 이율배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자신이 걸어 다니는 위헌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음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알지만 시린 발에 오줌이라도 우선 누어야 하는 절박함이 있어서일 것이다. 내란에 얽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위들이다. 그래서 어제는 박지원 의원의 입을 통해 의미 있는 말이 전해졌다. 야권에 협조하는 조건이 장래를 보장해 달라라는 것이라는 전언이다. 결국 현재 전혀 상식적이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위헌의 행동들이 처벌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서민의 생각과 기득권의 생각은 기본 자체가 다르다. 바닥을 모르고 평생 고공행진만을 해오던 부류가 품은 심장은 냉정하고 이기적이다. 우리보다 내가 중요하고 나를 위해선 국가도 애국을 내세워 팔아넘기는 사람들이다.

너무도 간단한 내란 사건을 전례 없이 끌고 가는 헌법재판관 역시 같은 부류인 것 또한 알아야 한다. 이들은 서민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작은 바람이 무엇인지 모른다. 아마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계엄 증후군에 시달리는 대다수 국민이 받는 고통보다는 판결 뒤에 자신에게 돌아올 후유증이 더욱 중요한 사람들이기에 국민의 고통 위에서 판결문 다듬기에 온 정신을 쏟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곧 정상적인 헌재가 구성되고 정해질 소장 자리에 연연하여 자기 의결문을 앞에 세우기 위해 다투고 있지는 않은지 자꾸만 불손한 의심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길게 끌만한 위헌 사안이 아니기에 자꾸만 삿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원래 최상위권은 가장 바닥의 하위권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기 삶 밖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라는 진실을 깨달은 지 오래지만, 불안을 해소하기엔 아직 수양이 부족하다. 물론 현 상황이 개인의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산 밑 마을에 도토리 깍쟁이 같은 조그만 처소를 마련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게 판결의 결과가 미칠 영향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정의의 문제이다. 옳지 않은 사회적 현상이 정의라는 옷을 입고 똬리를 틀고 자리를 잡으면 국가는 거대한 사이비 종교가 되고 만다. 국가 전반의 후퇴는 회복할 수 있지만 무너진 정의를 되돌리는 데이는 많은 노력과 세월을 투입해야 한다. 헌법재판관에게 애타는 마음을 전할 생각이라면 접는 게 편하다. 국민은 불안하고 애가 타지만 그들은 판결 후를 계산해야 하고, 헌법재판소장이라는 명예가 우선이다. 내 생각이 틀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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