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산불이 경상도를 덮쳤다. 글을 쓰는 현재까지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물론 안동과 지리산 국립공원까지 위협받고 있다. 산불 진화 인원 2명을 필두로 50명 이상의 많은 인명 피해를 낳고 있는 이번 산불은 진화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심지어 의성군의 천년고찰 고운사는 전소되었고 국가유산 보물인 목조건축물 가운루(駕雲樓)와 연수전(延壽殿)도 소실되었다.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안에서는 내란으로, 밖에서는 거대한 화재로 국민은 정신이 혼미하다. 더욱이 불법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내란은 종착역을 찾지 못하고 아직 표류중이다. 전 국민이 모두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심지어 세계 미디어로 생중계되었던 사실을 밝히는데 왜 장고(長考)가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힘들다. 국민의 애타는 심정을 외면하고 헌법재판소 안에서 자기들끼리 꿍꿍이를 나누는 특권 카르텔 기관에 법 정의를 묻고 싶다. 이번 내란은 국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소에 관심 없던 법률 공부를 시켜주었고, 우리 헌법과 법률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사실도 알게 해 주었다. 헌법을 위반해도 처벌은 경우와 사람에 따라 다르고, 헌법적 의무 사항을 그냥 방치해도 처벌 방법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았다. 심지어 일개 법관이 법 해석을 마음대로 하고 체포 구금된 범죄자를 풀어줄 방법이 있다는 것과, 가장 중요한 판결 기관인, 무려 헌법재판소도 일개 재판관 일인이 오기를 부리면 판결이 무한 밀쳐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여기에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도 일개 검사가 죄를 만들어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절실히 깨달았다. 사회 최상위 포식자 카르텔의 권력이 수직 수평으로 직조가 되면 누구도 그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소름 끼치는 사실 아닌가. 이들에게 최우선은 자신이고, 다음 우선은 촘촘히 직조된 카르텔 동료들이다. 서민은 관심 밖이다. 나라가 넘어가도 개인의 이권에 영향이 있으면 돌아보지 않는다. 이 부류는 육사 중심으로 출발해서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검찰은 눈엣가시 같은 야당 대표도 처리하지 못했고 정권 장악에도 실패했다. 그래서 다시 군경을 소환해서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으로 내란까지 일으켰지만, 의식화된 국민의 저항으로 난항에 부딪혔다. 이제 마지막 내란을 이어갈 선택지는 사법부다. 판사가 던지고 검사가 받으며 내란 수괴를 탈옥시켰고 모든 증거의 핵심으로 남은 비화폰 서버를 지키기 위해 경호처 차장의 구속 영장을 법원은 가볍게 기각했다. 검찰이 세 번, 법원이 마지막 종지부를 찍은 범죄자의 노골적 보호다. 여기에 헌법재판소 역시 일조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평의 하루, 평결 하루면 충분한 위헌 계엄을 달포가 넘게 꾹꾹 눌러놓고 있다. 진행 상황은 물론 어떠한 언질도 없이 국민의 타들어 가는 심정을 즐기고 있는 모양새다. 정의를 판결하는 기관이 아닌 정치적 눈치나 살피는, 정의를 가장한 권력 카르텔이다. 개인이면 독재지만 8명이 뭉쳐서 행하는 독선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파시즘이다. 일등주의 교육이 만들어 낸 괴물들인 셈이다. 앞으로 어떠한 판결이 나오든 상관없다. 이미 저지른 특권의식에 쩔은 행위는 용서가 힘들다. 국민의 아픔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헌재(憲裁)는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헌재(憲災)로 남을 것이다. 사법부와 국가 최고 평결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동시에 본 모습을 드러냈고 이들을 매개로 내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행히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윤석열 위헌 헌재 판결과 얽혀 말도 많고, 추측도 많았지만, 너무 황당한 기소와 재판 그리고 징역형이라는 1심 판결에 허탈해하고 분노했던 지지자들은 당연한 상식에 환호를 보내야 했다. 상식이 무너진 사회에서 상식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하나 보다. 위헌 권한대행도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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