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간신히 산불이 잡히고 헌법재판소는 오늘로 판결일을 잡았다. 글을 쓰는 지금은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전원일치로 파면 인용이 나오리라는 것을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용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기본 틀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국가는 30년 전으로 후퇴할 것이고 사회는 대통령 일인 공포정치로 들어갈 것이다. 기각이나 각하는 바로 계엄 허가증으로 이어지고 앞으로 모든 대통령은 비상 계엄권을 갖게 된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이를 동조하는 무리가 같은 영토 같은 사회에 속해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이게 무서운 것이다. 과거 이완용은 일본에 합병 도장을 찍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 걸음만 물러서서 보면 간명하게 보인다. 조정의 대신으로 모든것을 부족함 없이 누리고 있지만 현재의 힘없는 조국에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나라를 힘센 일본에 넘기고 거기에 붙어 누릴 이권이 현재보다 더 클 것인지의 계산법이다. 그리고 그들 오적은 후자를 택했다. 지금의 정부와 데자뷔를 이루는 모습이다. 윤석열은 그렇다 치고 더욱 용서되지 않는 인물이 한덕수와 최상목이다. 정부의 최고위층에서 아쉬울 것 없이 누리고 사는 정치와 사회의 귀족들이 자신의 작은 손실 대신 선택한 것이 국가의 위기라니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법은 더욱더 엽기적이다. 법꾸라지라는 시대적 합성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을 악용하는 것이지만, 한덕수와 최상목은 헌법을 무시 혹은 파괴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이 오히려 당혹스럽다. 헌법 전문가와 재판소는 그들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부터 위헌 요소가 있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하지만 그들은 가볍게 무시했고 오히려 헌법 수호를 주창하고 있는 기이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문제는 우리 헌법이다. 당연히 임명해야 하기에 그 이상의 세부 법을 제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 혹은 권한대행이 헌법을 무시하고 소위 배 째라식의 행동을 할 거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명해야 한다는 법을 대통령이 이행하지 않아버리면 국회의 탄핵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자신들의 평결로 분명 그러한 행위를 위헌으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탄핵을 기각, 각하해 버렸다. 재판소의 재판을 재판관 스스로 부정한 꼴이다. 전례에도 없을뿐더러 헌법 해석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판결문은 누가 쓴 것일까. 시대적 코미디 헌법재판소를 스스로 개설했다. 최상위 이권 포식자들의 티키타카가 자연스럽지만, 국민의 소박한 정의감은 타들어 간다. 여기에 국회에서 올라가는 모든 법안은 재의결이라는 이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신기록이다. 더욱이 권한대행이라는 어쭙잖은 신분으로 말이다. 천불이 나지만 정작 본인들은 대통령 놀이에 진심이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과 함께 절대 용서 받지 못할 인간들이다. 반드시 내란 협조범부터 권력 남용까지 조목조목 따져서 철저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평생 살면서 이들처럼 사악하고 질이 나쁜 인간을 본 적이 없다. 야당은 반드시 계엄과 내란에 관련된 범죄자들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과거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권력을 잡았던 군부 세력들이 화합이라는 착한 코스프레의 덕을 입어 사면을 받아 천수를 누리며 호의호식했던 기억에 지금도 치가 떨린다. 국민의 자유권과 생명권을 담보로 자신의 영달을 누리는 인간에게 내려지는 사면권은 악법 중의 악법이다. 내란범은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마음에 깃들어 있는 일 년만 지나면 국민은 잊어버리고, 설령 무기형을 받아 감옥에 들어가도 착한 척하는 저놈들은 사면해 주니 괜찮아라는 생각을 반드시 기억하고 법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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