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다시 대선으로 정가에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를 모르는 부패 검사가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권한을 장악한 지 단 2년여 만에 나라를 나락의 골짜기로 몰아넣고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이는 대한민국의 불운을 넘어 국민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 밑에서 같이 내란에 가담했던 총리가 이젠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아직 정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부정하지 않는 걸로 봐선 그 간절함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후안무치라는 네 글자가 오히려 가볍다. 그런데 여기에 같이 손을 잡자는 정치인들까지 나서고 있다. 후안무치를 벗어난 인면수심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시국에 한덕수와 협력 체제를 이루자는 뜻을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들의 머릿속에 대한민국이 있기나 하는지 혹은 대한 국민은 있는지 묻고 싶다. 얼마 전 한덕수는 모든 사안을 국민 한분 한분의 의견을 모아 따르겠다는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했다. 지금 국민의 간절한 바람은 월권하는 권한대행의 자숙이다. 국민의 과반 이상이 자신의 불출마를 강하게 바라고 있는데 한분 한분의 의견은 무엇인지 또한 묻고 싶다. 만일 국민의 입을 조금이라도 신경 쓰는 정치인이라면 이번 헌재법 개정안은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도약이란 그냥 의미 없는 하울링일 뿐이다. 나쁜 사람들의 전형을 우리는 매일 보고 있다. 제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뻔한 거짓말은 이젠 그만했으면 싶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지지로 이재명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국힘당과 검찰의 합작으로 씌워진 범죄인의 굴레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거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무것도 없음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말이다. 89.77%라는 역대 최고의 지지는 이재명 후보 개인을 향한 지지가 아니다. 추락하는 국격과 위상을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부담을 얹은 적극적인 지지이다. 최하위의 서민이 최고위의 위치와 명예를 차지하면 가장 염려스러운 게 귀족 코스프레다. 과거의 본분을 감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서민은 역겨울 수밖에 없다. 이를 가볍게 뛰어넘은 사람이 이재명 후보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감추지 않으며 오히려 능력으로 나타내 보인다. 자칭 보수라는, 일제 강점기부터 귀족 물을 먹었던 부류에게 가장 무시의 대상이었던 그가 이토록 떳떳함을 보일 수 있음은 천성일 것이다. 이번 무원고로 마친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나는 그의 진정성과 능력을 보았다. 현재 정치인 중에서 30분 넘는 시간을 무원고로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가 가장 서민층이었음이 좋다. 이상하게도 서민은 서민 출신 정치인 혹은 유명인을 무시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 비판하던 최상위층 부류에게 슬며시 자석처럼 다가가 붙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어쩌면 비판은 하지만 깊은 곳에서 솟는 동경이 진심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민을 절대 모른다. 이해한다지만 공감조차 못 하는 이해에 불과하다. 현재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면 틀림없다. 입으로는 국민 운운하면서 정작 행동은 나라를 팔아서라도 내 이익이다. 미국을 향한 이들의 짝사랑은 선을 넘고 있다. 을사년에 미국과 을사늑약을 다시 획책하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기가 막히다. 이들에게 정권을 준다는 건 나라를 망치겠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하지만 한덕수는 내란 동조 범으로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이를 우선 면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다면 국민에 대한 죄만 가중될 뿐이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나이에 무슨 추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여기에 손을 잡고 나서는 원로 정치인들의 행보는 추하다 못해 냄새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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