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오끼나와의 몽구스
일본의 오끼나와섬은 1907년,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는 사브라는 독사를 제거하기 위해 뱀의 천적인 인도 몽구스를 들여왔다.
몽구스는 쥐를 잡아먹는 습성도 있어 독사 제거와 함께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오끼나와 지방정부는 적극적으로 몽구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기대했던 사브 퇴치는 성과가 미미했으며 오히려 도마뱀을 비롯해 멸종위기종인 오키나와 뜸부기나 류큐 올빼미 같은 희귀조류만 잡아먹는 유해 동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도 몽구스는 뱀독에 면역이 있었지만 더 쉬운 먹이가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독사를 노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결정적인 착오는 오키나와의 하브는 야행성이었으나 몽구스는 주행성이었기 때문에 서로 마주칠 확률이 매우 낮았다는 점이다.
몽구스가 일본 생태계를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자리 잡으면서, 일본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많은 예산을 들여 본격적인 퇴치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주도보다도 넓은 섬인 오키나와에서 땅굴을 파고 사는 몽구스를 퇴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몽구스만 전문으로 사냥하는 직업이 생기고 방제업체까지 등장해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오키나와 본섬에서는 여전히 몽구스가 생존하고 있으며 완전한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끼나와섬 외에도 태평양의 모리셔스와 하와이, 카리브 등 저위도 지역의 여러 섬들에서도 유해 조수 방제를 위해 몽구스를 풀어놨다가 도리어 토착 소형동물들을 주로 잡아먹는 바람에 이들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등 그 피해가 심각하다.
현재 이들 지역에서는 몽구스 제거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중인데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상태에서 단순한 생각으로 무분별하게 들여온 동물들이 수 천 년을 이어오면서 정착한 생태계를 단기간에 교란시키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호주의 사탕수수 두꺼비
호주(오스트레일리아)는 5000만년 전 남극 대륙과 분리된 뒤 독자적인 생태계를 유지해 오면서 캥거루나 코알라처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나라 간 이동이 늘어나고 생물 교역이 증가하면서 토끼, 고양이, 여우 등 외래종이 유입돼 기존 생태계가 파괴되는 피해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최악의 외래종’으로 꼽히는 생물이 바로 ‘사탕수수두꺼비’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1930년대 사탕수수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딱정벌레를 방제하기 위해 사탕수수두꺼비를 중남미에서 들여왔다.
그러나 정작 사탕수수두꺼비는 딱정벌레와 서식지가 겹치지 않았고, 게다가 번식력이 뛰어나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토종 생물 대부분이 사탕수수두꺼비가 지닌 맹독에 면역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사탕수수두꺼비가 유입된 뒤 사탕수수두꺼비를 먹이로 삼는 동물의 피해가 늘어갔으며 북부 한 지역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민물 악어의 개체 수가 70% 이상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사탕수수두꺼비 퇴치에 실패한 호주 정부와 동물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왕도마뱀이나 쿠올 등에 ‘먹이 기피 훈련’을 시키는 등 다소 생소한 방법을 고안했으나 효과는 별무한 상태였다고 한다.
몽구스와 사탕수수두꺼비 사태는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우리나라도 애완이나 반려, 기호 등을 위해 외국의 동식물 수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식용으로 들여온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배스, 블르길을 비롯해 애완용으로 들여온 붉은귀 거북, 미국가재 같은 외래 어종이 하천에 무단 방류되면서 민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등 하천 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
식용 수요가 줄어들거나 동물의 체형이 너무 비대해지고 또는 싫증을 느껴 사육이 곤란해지자 하천에 무단으로 방류해버린 결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하천이 자체 도태를 시키고 있어 다행이기는 하지만 외국 동식물의 무분별한 도입이나 무단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