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다음 주면 조기 대선 사전 선거일이다. 부정 선거라는 이상한 덫으로 사전 선거를 없애려 애쓰는 일부 정치인의 음모론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을 사는 일반인은 사전 선거를 선호한다.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이유가 되는 유권자 대부분은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사전 선거가 너무 좋다. 자기에게 주어진 한 표의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 국민은 요즘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도자 한 명이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체험으로 알았고 원상 복구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앞으로 알아갈 것이다. 높은 산을 숨이 가쁘게 9부 능선까지 올랐지만, 인솔자의 무지로 인해 낭떠러지에서 직하해 버린 듯한 허탈감이 드는 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는 추락한 중간 능선부터 다시 정상을 향해서 올라야 한다. 그 숨 고르기의 선택이 바로 이번 조기 대선이다. 무지한 대통령의 자충수로 이루어진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이러한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은 정치와 법률 그리고 정신적인 성장을 할 것이다. 불과 8년 전, 철부지 공주 대통령 치하에서 치렀던 국정농단 학습과 이번 무지한 대통령이 추구했던 독재 지향적 계엄의 교훈이 남긴 상처가 이렇게 집단 계몽 혹은 집단 학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그리고 더욱 큰 교훈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대통령은 없다는 사실이다. 항상 정치 지도자들은 서민을 앞에 내세우지만, 모든 세법과 형사 그리고 민사법은 기득권자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서민이 갖고 있는 최고의 권력인 투표권이 필요한 시기에만 서민을 앞줄에 내세울 뿐이다. 그리고 이권과 권력의 분배는 서민이 아닌 기득권층과 나눈다. 중요한 것은 서민의 마음이다. 서민은 서민 출신의 지도자를 반기지 않는다. 오히려 낮춰본다. 대한민국에서 유력한 정치인으로 남은 인물을 돌아보자. 가난을 딛고 올라선 사람은 거의 없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이라도 났지만 그나마 이젠 그럴 일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탁월한 식견과 정치력을 가졌음에도 인정은커녕 놀림까지 받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가난한 집안의 고졸 출신이라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부와 학벌의 시대적 함정이다. 영원한 바닥 서민으로 남을 나에겐 충격이지만 사회의 구조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심해질 것이다. 기득권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강자가 영원한 볼모로 남을 서민이라는 약자를 챙길 이유가 없다. 권력과 부를 거머쥔 기득권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 이유 또한 없다. 서민의 투표권은 권력층을 유지시키는 대들보가 되고 서까래가 된다. 그리고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남아 희망으로 고문을 한다. 국민의 저항권은 디테일한 곳에서는 작용하지 않으며 거대한 국가적 사태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항시 당하는 쪽은 국민이고 그중에서도 하층의 서민이다. 이렇게 권력층은 서민을 이용하는 DNA를 형성하고, 서민은 권력층으로부터의 수해를 바라는 종속의 DNA를 형성한다. 서민은 재벌에겐 돈벌이의 대상이고 정치인에겐 권력 취득의 대상이다. 민주주의라는 미명으로 갈취하는 이권이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약육강식이다. 서민과 공감하는 지도자가 간절한 이유다.

가장 하위층 서민 출신이 대통령으로 출마했고 강력한 당선 후보가 되었다. 모두 그가 당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득권 정치인에게 절대 없는 것이 서민과의 공감이라면 소년공의 꿈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절대 서민 출신 이재명의 최대 장점은 바로 공감이다. 그에게 바람이 있다면 서민을 위한 국가일 것이다. 개인의 욕망을 버림으로써 죽지 않고 살아남은 유일한 서민 출신의 정치인이 이제 출발하려고 한다. 그의 공감(共感)을 우리는 믿는다. 가진 자들의 정치에서 서민 정치로 넘어가는 효시가 될 것 또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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