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무너진 정상이 원상으로 복귀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집단 지성이라는 믿음도 이렇게 가끔 큰 구멍이 난다. 결과는 선출자의 탄핵이지만 그 데미지는 상상 이상의 쓰나미가 되어 한반도를 덮쳤다. 그만큼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중요하다. 대부분의 지도자 혹은 CEO 역할은 인재의 적절한 등용과 활용으로 가능하지만, 대통령이라는 국가수반은 전혀 경우가 다름 또한 이번의 엄청난 손실 수업으로 배웠다. 인재를 등용하는 것 또한 능력이기에 무능 무지한 지도자는 바지가 되고 만다. 특히 무경험은 무공감으로 이어지고 무공감은 독선과 아집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자신이 국가고 반대하는 사람은 반국가 세력이기에 구국의 일념으로 이들과 싸워야 한다는 정당성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본인을 선출한 절대 권력인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지방 자치부터 중앙 정부까지 무지와 무능으로 무장한 인물들이 끊임없이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선출 즉, 투표의 미학이다. 올바른 선택만이 나라를 살린다. 이제 21대 이재명 대통령이 출발한다. 깊은 상처를 입은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할 무거운 의무를 지고 산처럼 쌓아놓은 오물부터 치워야 한다. 어쩌면 고행의 5년이 되겠지만 정상으로의 복귀를 국민은 희망한다.
탄탄하던 나라를 단 2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특출한 능력을 발휘했던 윤석열은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정치에 입문했다.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타났지만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조금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훤하게 보이는 천박한 범죄자를 절대 지도자의 자리로 밀어 올린 국민은 누구일까. 반드시 양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토론에서 이미 감지한 그의 무지와 무능 그리고 무속적 행동을 진영으로 평가해 버린 죄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도대체 진영과 ‘우리 편’이 이렇게 조그만 국가에서 무슨 의미가 있길래 나라를 말아먹어도 우리 편이면 되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저지른 패악이 차고 넘쳐도 연호하는 국민이 있다니 기이한 일이다. 결국 자신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어도 ‘엄지척’이다. MZ세대의 20% 이상이 경우에 따라서는 독재도 괜찮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과거 군부의 독재를 겪은 입장에서 소름이 돋는다. 이렇게 기이한 현상을 이해할 오지랖이 내게는 없다. 그들이 찬양하는 독재 열망 지향의 윤석열은 대통령의 직무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그는 처가 땅이 있는 곳으로 고속도로를 휘게 했고, 부산 엑스포는 딱할 정도로 참패했다. ‘바이든-날리면’으로 언론을 공격했고, 이태원 참사에선 정상이 아닌 모습을 보였다. 외교는 일본을 필두로 퍼주기식으로 일관했으며 새만금 잼버리 행사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채 해병의 죽음을 왜곡하고 제대로 수사한 박정훈 대령을 오히려 범죄자로 몰았고, 부인은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으로 인제야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온 국민이 모두 지켜본 디올 백 수수는 무혐의로 처분해 버렸고 관저 공사는 모두 지인에게 몰아주기식으로 이루어져 수사가 시작되고 있다. 독립군 홍범도 장군 흉상을 제거하려다 실패했고 노조는 건폭(건설폭력배)이라고 이름 지었다. 최첨단 AI 시대에 R&D 예산을 사정 없이 삭감했음은 물론 일방적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료계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다. 마약 수사 외압 사건은 아직 수사를 시작도 안 했고, 뉴스 타파를 압수 수색해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 명태균 게이트는 부부의 권력 남용과 선거 개입의 혐의가 짙고, 결국 모든 잘못을 덮기 위해 저지른 게 불법 계엄이다. 여기에 대통령실과 부처에 저질 인물을 심어 놓고 이들이 싸지른 오물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새 정부는 의자에 앉을 시간도 없이 오물을 치우고 국민의 숨통을 뚫어주어야 한다. 정상으로의 복귀가 험난하겠지만 이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고단한 운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