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

프랭크 카프리오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법원의 판사로, 어린아이들의 생각을 판결에 반영하는 독특한 판결로 유명하다.

그는 법정에 피고인 자녀를 불러 이들의 입장을 판결에 반영하는데 그의 이 같은 판결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그의 아버지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로, 그의 유년기 시절 우유배달로 생계를 유지했으며 카프리오는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독학해 법조계에 입문하였다.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연민의 판사로 잘 알려진 카프리오 판사가 최근 미국 가톨릭통신(CNA)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저는 오랜 시간을 깊은 신앙을 지닌 신자로 지냈습니다. 특혜받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그것은 바로 가난하게 자란 것입니다.”라며 그 가난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우유 배달부로 일했던 이탈리아 이민자였다.

카프리오 판사는 어느 날 아침, 아버지는 나와 형을 새벽 4시에 깨워 트럭에서 함께 일하게 했다그 시간 저는 사람들을 대하는 법과 이해심, 그리고 연민이라는 예수님이 전하신 가장 귀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1985년 마침내 판사로 부임했을 때, 그는 처음 법정에서 여러 차례 주정차 위반을 했던 한 여성에게 강경하게 벌금 전액을 청구하고 차를 몰수했다.”고 아버지에게 자신있게 말했는데 이 말을 들은 그의 아버지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한 그를 대견스러워하기보다 오늘 너는 혼자 아이를 셋 키우는 그 여성에게서 배고픈 저녁 식사 한 끼를 빼앗아 간 거야!”라며 도리어 나무랐다고 한다.

이후 그는 법을 판단하는 위치에 있더라도 그것을 함부로 휘두를 수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법정에 오는 사람 대부분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하고 근면한 이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그는 벌금 납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딴 재단기금에서 벌금을 대신 내주는 선행을 베풀기도 했다.

그의 판결은 독특하면서도 자애로웠다.

6.25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의 참전용사들에게는 특별히 관용을 베풀었으며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을 범칙행위의 유무죄 판단에 반영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노인, 미혼모, 이민자들이 법정에 설 때면 엄격한 판단을 지양하고,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하는 등 자상함도 보여주었다.

어린 딸을 데리고 법정에 온 미혼모를 보고 엄마를 걱정하는 딸의 눈을 본 순간, 진정한 의미에서 공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됐다.”던 카프리오 판사가 어린 자녀와 함께 법정에 출석한 한 아버지에게도 말했다.

당신 아들을 여기에 데려 왔네요. 수학보다 더 중요한 걸 가르치고 있어요. 책임감말이죠.”

카프리오 판사는 생계 때문에 벌금을 내기 어려운 사람에게 벌금을 면제해주며 법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에 당신을 돕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코끼리 이야기이다.

수십톤에 달하는 코끼리를 비행기로 운송할 때 그 안에 수많은 작고 연약한 병아리를 함께 넣는다고 한다.

왜일까? 거대한 코끼리는 발아래 있는 병아리가 한 마리라도 밟힐까 봐 비행 내내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코끼리의 뇌에서 자기인식이나 공감, 그리고 복잡한 사회적 인식과 깊이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방추세포라는 희귀한 신경세포를 발견했는데 이 세포는 인간에게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코끼리는 육체적으로 거대할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매우 거대한 존재라는 뜻이겠다.

하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식상한 말이 아직도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이 방추라는 세포는 코끼리보다 작은 인간에게는 선택적으로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도 이제 정신질환이나 마약, 생계범 등 형벌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하루하루 힘들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미국의 피오렐로 라과디아나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 같은 따뜻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이 우리 한국에도 많이 있으리라 믿는다.

코끼리가 작은 병아리가 밟힐까 봐 미동도 하지 않는 것처럼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엄격하게 처리하기 보다는 먼저 들어주고 그리고 연민과 사랑을 담아 판단을 하는 그런 판사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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