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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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경신대기근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은 조선 현종 11(1670년 경술년)12(1671년 신해년)에 걸쳐 가뭄으로 인해 발생한 재해였다.

두 해의 앞 머리 글자를 따서 '경신(庚辛)대기근'이라 부르는데 1670년부터 2년간 극심한 가뭄과 병충해가 닥치면서 곡물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태풍과 전염병마저 나돌아 아사자와 병사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등 국정이 마비될 정도의 대사건이었다.

당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여파를 채 수습하지 못했던 조정은 세금을 낮추고 구휼미를 배급하는 등 구제에 온 힘을 쏟았지만, 백성들의 아사(餓死)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왕의 외척인 병조판서를 비롯하여 고관대작들조차 굶주리다 병에 걸려 죽었을 만큼 전대미문의 대 위기였던 것이다.

충청도에서는 역병이 창궐해 80여 명이 죽었으며 평안도에서도 알 수 없는 역병이 돌며 13백 여명이 감염되었고 경상도에서도 1천여 명 이상이 감염되는 등 전국적으로 역병이 창궐하고 굶주림 속에 죽어가는 백성 또한 속출했다.

더구나 기근이 심해지면서 곳곳에서 자식이나 부모를 버린다든가,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일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왕조실록은 기록하고 있다.

전라 감사는 갓난아이를 도랑에다 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보고했으며 충청도의 한 사노비는 그의 죽은 다섯 살 된 딸과 세 살 된 아들을 먹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예닐곱 살 된 아이를 나무에 묶어 두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으며, 서너 살 된 아이를 안고 가다가 길에 버리고 가거나 늙은 어머니를 산속에 버리는 일이 일어나는 등 경신대기근은 조선의 왕조역사에 있어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을축년 대홍수

우리나라 강우기록사상 가장 큰 비 피해를 몰고 왔던 을축년 대홍수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을축년(乙丑年)의 여름에만 4차례에 걸쳐 일어난 물난리였다.

1차 대홍수대만 부근에서 생성된 태풍이 1925711일부터 12일에 걸쳐 한반도 중부지방을 관통하면서 부터였다.

이로 인해 황해도 이남 지역에 무려 시간당 최고 3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한강, 금강 및 낙동강 등 한반도 중남부 지역의 주요 강들이 대부분 범람했다.

716일에는 1차 홍수로 생긴 피해를 채 수습하기도 전에 타이완에서 생성된 또 다른 태풍이 한반도에 북상하면서 경성부(현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에 누적 강수량 650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한강 수위가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한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경성 전역이 물바다가 되었고 교통과 통신의 마비와 함께 익사자만 400여 명에 다다랐으며 가옥 12천여 채가 유실되거나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어 9월에 또 34차 대홍수가 있었는데 마리아나 제도에서 발생한 태풍이 북상하여 한반도 남부를 관통했고 이로 인해 남부 지방에 들이닥친 호우로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이 범람을 하면서 큰 피해를 입혔는데 모두 4차례 홍수로 인해 논 32천여 단보, 67천여 단보, 가옥 6천여 채가 유실되고 붕괴된 가옥은 17천여 호에 달했으며, 침수된 가옥은 46천여 호에 사망자가 647명이나 발생하여 피해액만 당시 돈으로 1300만여 원에 이르렀다.

이 액수는 당시 조선총독부 1년 예산의 60%에 맞먹었다고 하니 을축년 대홍수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하겠다.

2025년은 을축년 대홍수가 발생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웃나라인 중국은 대홍수로 양자강이 범람하며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고 있으며 미국역시 천 년 만에 쏟아질 비라는 괴물 폭우로 삶의 터전이 물에 쓸려가고 야영 중이던 어린이들이 물살에 떠내려가는 등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며 텍사스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한쪽에서는 한발과 기근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폭우와 강풍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모두 우리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재앙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또 얼마나 많은 자연재해와 맞닥뜨려야 할지 경각심을 갖고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경신대기근과 발생 100주년이 되는 을축년 대홍수를 되짚어 보았다.

두 거목의 타계

2025년은 또한 우리 영광이 두 분의 거목을 잃은 안타까운 해이기도 하다.

서울 요진산업의 최준명 회장님과 불갑사 만당 주지스님이 입적을 하셨다.

유난히도 고향과 지역을 사랑하시던 두 어른을 다시 뵐 수 없다는 슬픔에 가슴이 미어지지만 두 분의 영전(靈前)에 엎드려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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