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화 독자

우리집 처마 밑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 들었습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마음씨 착한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었던 제비의 일화를 어른들로부터 듣고 자라온 세대이기에 제비 둥지를 보는 순간 올해에는 우리집에 복이 굴러 들어오겠거니하고 기쁜 마음으로 제비 둥지를 바라봅니다.

제비가 가장 많이 집을 짓는 곳은 먹잇감이 풍부하고 집 지을 재료인 진흙과 지푸라기를 구하기 쉬운 곳이라고 합니다. 본래 제비집은 접착력이 좋은 진흙으로 지어야 하는데 동네 어디를 보아도 진흙 구하기가 무척 어려운가 봅니다. 하수구 인근 슬러지 같은 부슬 부슬한 흙에 지푸라기 대신 나뭇가지를 얼기 설기 붙여 보금자리를 완성하였습니다.

특이하게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는 제비가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이 다른 천적으로부터 더 안전하다고 믿는 가 봅니다. 아침 저녁으로 길냥이들이 담장을 넘어 기와 지붕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우리 강아지 노아가 지지배배 거리는 낯선 침입자 가족에게 약이 올라 앞발을 들고 사납게 짖어 대건만 철옹성 같은 제비집이 처마 밑에 떡 버티게 되었습니다. ! 차차, 제비집에 반갑지 않은 보너스가 있습니다. 제비똥! 쌓이고 쌓여 석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제비 가족의 배설물은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듭니다.

제비 엄마, 아빠, 그리고 아기는 몇 마리 일까요? 제비 둥지가 너무 높아 아기 제비가 몇 마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발꿈치를 높이 쳐들고 아기 제비를 바라봅니다. 갑자기 퍼덕이는 날개짓에 이어 어미 제비가 등장합니다. 근처에 먹이를 구하던 어미 제비가 나의 눈길을 보고 아기 제비를 구하러 급하게 날아온 모양입니다. 어미의 날개짓에 아기들도 등장합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 엄마 제비와 아기제비가 강렬한 눈으로 나를 쏘아 봅니다. 조그마한 새의 몸에서도 한 점에 불과한 부분이 눈이지만 새의 생명은 바로 이라고 합니다. 유독히도 까아만 눈망울! 그 새의 눈망울에 담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요즘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인지라 마을 어르신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리를 뜨십니다.

어쩌면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낳아 부지런이 먹이를 날라 아기 주둥이에 넣어 주는 새들의 생태가 우리네 어버이들의 삶과 흡사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비 멍!

합창하듯 입을 크게 벌리고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 먹는 아기 제비를 멍하니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고 눈시울을 붉히게 됩니다. 부모는 자신의 입에 넣은게 없어도 자식들이 먹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부르고 흐뭇하다고 합니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사라져가는 제비를 보호하기 위해 숨은제비찾기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인구 한 명, 한 명이 아주 귀합니다. 제비도 아주 귀합니다. 이처럼 귀한 시대에 제비 인구(가족)가 늘었으니 잔치라도 해야 할까요? 제비 가족이 주인 허락도 없이 사용하고 있는 주택 임차료와 배설물 청소비는 어디에 청구해야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은데 참 기분이 좋습니다. 입가 꼬리가 저절로 올라갑니다. 올 여름 제비 가족이 무사히 지내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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