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이 기본소득위원회 출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개발이익 공유 조례와 기본소득 조례 제정 등 전담조직 및 제도를 마련하고 태양광이나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활용한 영광형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있다. 영광형 기본소득 개념과 시스템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재생에너지가 만드는 새로운 소득 질서
기본소득과 공유부 개념 정확히 구분하고 인지해야
영광형 기본소득의 핵심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자원인 햇빛과 바람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공유부 배당’, 즉 군민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한 자원의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새로운 소득 질서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정책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소득’과 ‘공유부’ 개념을 정확히 구분하고, 이 둘이 어떻게 결합해 지역경제의 구조를 바꾸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외부 자본 중심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군민이 실질적 주체가 되는 ‘참여형 경제 생태계’로의 전환을 이끈다.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소득 기반이자 새로운 사회계약의 매개체가 된다.
#기본소득의 명확한 정의= 기본소득은 ①보편성, ②개별성, ③무조건성, ④정기성, ⑤현금성을 핵심 원칙으로 한다. 즉, 특정한 자격 심사나 조건 없이 모든 군민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다. 이는 일시적 복지급여나 고용보조금과 달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유 자원의 일부를 기본권으로서 되돌려받는 구조를 갖는다.
기본소득은 복지의 연장선이 아니라 사회의 분배 구조를 재설계하는 제도다. 기존 복지가 ‘결핍 이후의 보전’이라면, 기본소득은 ‘불안 이전의 예방’이다. 이는 개인의 경제적 안전망을 미리 구축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과 소득 불안정을 구조적으로 완화하려는 시도다.
특히 지방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기본소득은 지역 유지의 최소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정적 소득 기반은 젊은 세대의 정착과 귀향을 유도하고,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공유부의 의미와 재생에너지의 성격= 공유부(共有富)는 국민 전체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자산 또는 생산 기반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는 토지, 산림, 광물, 수자원 같은 자연 자원이 이에 해당했으나, 오늘날에는 정보, 데이터, 환경, 재생에너지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대표적인 현대적 공유부다. 햇빛과 바람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며, 지역의 공간과 자연환경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자원이다. 따라서 그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특정 사업자의 이윤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공적 자산에서 파생된 부가가치로 봐야 한다. 이런 인식이 영광형 기본소득의 철학적 토대가 된다.
영광군은 이러한 공유부 개념을 행정 체계 속에 제도적으로 편입시켜, 재생에너지 수익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정하게 분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이는 지역 자산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에너지 자원의 민주적 관리라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선별 복지의 구조적 한계= 우리 사회의 기존 복지제도는 대부분 선별적 방식이다. 소득 수준, 재산, 가족관계 등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수급이 가능하다. 이 구조는 기본소득 비용이 크고, 사각지대와 낙인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특히 지방에서는 기본소득 접근성이 낮고, 사회적 거리감이 커서 복지 사각지대가 더욱 넓다.
반면, 기본소득은 이런 기본소득적 장벽과 사회적 낙인을 제거한다. ‘모두가 받는 제도’이기 때문에 ‘받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도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된다. 그만큼 공동체의 신뢰를 높이고, 정책 집행의 효율성도 높다.
#‘보편 지급’ 원칙을 선택한 이유= 영광형 기본소득이 보편 지급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보편 지급은 형평성을 확보한다. 특정 소득 계층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복지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고 지역 내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기본소득 효율성이 높다. 심사·검증 절차를 최소화해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신뢰를 높인다. 제도의 수혜 대상이 아니라 공동 운영 주체로서 주민 모두가 정책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기본소득의 보편성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넘어 사회계약의 갱신이다. 군민 모두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이익을 공유하는 체계가 바로 ‘보편 지급’의 철학이다.
#에너지 기본소득 모델의 필연성= 영광형 모델은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기반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구조를 갖는다. 해상풍력, 태양광 등에서 창출되는 수익 중 일정 부분을 ‘군민 몫의 공유부’로 환원하고,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 이 구조는 두 가지 이유에서 필연적이다.
첫째, 재생에너지 산업은 지역 자원을 활용한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 이익 환원은 당연한 책무다. 둘째,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실현할 수 있다. 즉, 탈탄소 사회로 가는 길에서 소득과 기회가 특정 집단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바로 기본소득이다.
#영광형 모델이 만드는 제도 혁신= 영광형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지역경제 시스템 혁신 프로젝트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공유 자산을 기반으로, 스스로 재원을 조성하고, 이를 보편적 소득으로 환원하는 구조는 전국 최초다.
이는 단순한 재정사업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새로운 역할 확장이다. 지방정부가 조세·보조 중심의 수동적 기본소득을 넘어, 지역 자산의 관리·운용·분배까지 포함하는 적극적 경제 주체로 전환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 혁신은 지방이 중앙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 기반을 확립하는 실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공유부에서 기본권으로= 영광형 기본소득은 복지의 보완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질서의 제안이다. 공유부는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지역 자산을 군민의 권리로 전환하는 실질적 도구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이익 공유와 기본소득의 결합은 지역사회가 미래세대까지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마련하는 첫걸음이다.
영광은 지금 ‘복지의 확장’이 아니라 ‘기본권의 실현’을 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영광형 기본소득이 전국 어디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정책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