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생의 끝자락에서 그는 약속을 지켰다"

故人의 마지막 행적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시한부 사실을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평소처럼 삶을 마무리해 나갔다. 병을 숨긴 채 평온함을 유지하려 했던 이유는 남은 시간을 걱정과 슬픔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생의 끝자락에서 그는 약속을 지켰다.

故人은 혼자 힘으로 지어오던 벼논에서 마지막 수확을 했다. 수확한 쌀 한 가마 중 일부를 생전에 자신을 도왔던 한 사람에게 전하고자 했다.

평생 품었던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故人은 직접 전달할 힘이 없었기에 아들에게 부탁해 갓 수확한 햅쌀 한 포대를 건네게 했다. 말 한마디 남기지 않았지만, 그것이 바로 그가 지킨 마지막 약속이었다.

이 이야기는 훈훈한 미담으로 치부하기에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 포대의 쌀에 담긴 것은 물질의 가치가 아니라 관계의 기억, 사람에 대한 마음, 그리고 약속을 지키려는 인간적 품위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그 마음을 끝까지 갚으려는 자세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조차 타인을 먼저 떠올리는 마음은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는 점점 보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사회가 각박해졌다고, 인간관계가 얕아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선한 의지가 아니라, 그것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우리의 시선인지도 모른다.

故人의 마지막 약속은 거창한 말로 기록되지 않았다. 단지 한 포대의 햅쌀이라는 소박한 형태로 남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평생의 성실함과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 그리고 약속의 무게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 작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 이야기는 얼마 전 제49회 영광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행남효행상을 수상한 장금수 무령리 이장의 이야기다. 장금수 이장님 그동안 감사했고 고마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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