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첫 해가 어느덧 저물고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을 맞는다. 새로운 세기의 부푼 기대가 사치스러울 정도로 우리는 시련과 회한의 터널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농가부채에 신음하는 숱한 노동자들과 농민들에게는 결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한해였을 2000년. 곤두박질치는 나라경제의 한파에 이 지역 경제도 꽁꽁 얼어붙고, IMF를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제 다시 사람들은 불황을 말한다.

반세기만에 남북정상이 만나고 경의선 철마의 힘찬 질주를 위해 삽으로 분단의 흙을 뜨며 다가올 통일시대를 희망했지만 우리에겐 남은 과제가 더 많다. 새해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올바른 전형을 이룩해야 하고, 더불어 잘 사는 경제도 되살리고, 부지불식간에 습관처럼 엉겨붙는 절망과 불신의 의식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시작은 언제나 희망과 함께 해야 의미가 있는 법. 새해의 시작, 새벽이 되기 바로 전 칠흑 같은 어둠을 지나 우리는 지금 21세기로 가는 어둑새벽의 길에 놓여 있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상처는 시간 속에서 풍화된다지만 저 시꺼먼 산을 넘어 도약할 해를 기다리며 지금 우리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묻고 어루만질 일이다.

먼동이 튼다. 자, 이제 호들갑 떨며 섣부른 희망을 얘기하기 보다 옷깃을 여미고 다가올 거친 풍파에 대비하자. 그것이 바로 우리가 떳떳하게 추구할 희망의 서언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