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산성지고 교사

6·13 지방선거를 마무리하면서

50억 세계인이 열광했던 "2002 한·일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에 밀려 역대 선거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세인들의 우려를 자아냈던 6·13지방선거가 각기 지역을 이끌어 갈 대표들의 선출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월드컵이라는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을 했다거나 중앙정치에 염증을 느낀 지역 주민들의 정치불신에서 비롯된 외면이라는 조심스런 진단이 있기도 하지만 48.8%라는 극히 저조한 투표율은 향후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이나 완전한 정착을 위하여 심히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권자들에 의해 선택된 선량들의 대표성에조차도 이의 제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의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76.2%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성숙된 주권의식의 일면을 나타내 주기도 했으나, 일부 과열양상으로 빚어진 불법·혼탁선거로 인해 한판 잔치로 끝나야할 지방선거가 후보자는 물론 지역주민들까지 가세한 반목과 대립의 양상으로 치닫게 되고 지역, 계층간의 갈등으로 인한 선거후유증이 심화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것은 어찌 보면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가 만들어 낸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사전선거운동이나 향응제공, 금권선거와 더불어 운동 기간 내내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퍼붓고 음해성 루머를 유포시켜 상대방을 헐뜯는 이른바 네거티브 선거전략으로 인한 불, 탈법 선거운동이 극에 달하면서 지역의 대표자가 되겠다는 인사들의 자질은 물론 덩달아 이에 가세를 했던 유권자들의 낮은 의식수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편, 중앙당의 낙하산식 공천이나, 유력인사들의 야합으로 이루어져 오던 밀실공천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제한적이긴 했지만 지역민들의 참여에 의한 후보자 공천을 제도화함으로 해서 상향식 민주정치의 실험무대가 되었던 우리지역의 민주당 후보경선은 참으로 장려하고 칭찬할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특정정당의 공천은 바로 당선이라는 등식이 아직도 유효한 지역 여건상 특정당의 후보자 경선에서부터 이미 선거분위기는 과열될 수밖에 없는 지역적인 한계가 이미 상존하고 있었다고 하겠는데 이의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하겠다.

이제 선거는 끝이 났다.

지난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서로가 격려하고 축하해 줄 수 있는 관용과 겸손의 미덕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며 더불어, 그 동안의 들뜬 분위기를 정리하고 평상으로 되돌아와 정다운 이웃이며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지역 선·후배라는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야 할 때이다.

특히, 당락을 떠나 자신들의 감투싸움으로 인해 야기된 대립과 갈등의 치유를 위해 출마자 모두는 한데 힘을 모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라고 하겠다.

오는 7월 2일에는 군정 최고 책임자인 군수의 취임이 있을 예정이며 5일에는 군의회의 원구성이 이어질 예정이다.

초청자 없이 조촐하게 취임식을 거행하겠다는 군정 최고 집행자의 겸손한 의지는 높이 살만한 일이며 벌써부터 치열하게 전개되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기 시작한 군의회 의장단의 선출에도 많은 기대를 해본다.

우리 영광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군의회의 수장을 선택하는데 있어 높은 자질과 능력, 중후한 인품을 두루 갖춘 후보자가 충분한 검증을 통해 선택되어지는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여 자신의 이해관계나 친분에 따라, 더군다나 믿고 싶지는 않지만 들리는 소문처럼 금권에 휘둘려 조악한 집행부를 구성하게 된다면 이는 우리 영광의 미래를 위해서나 주민들의 권익향상을 위해서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의원 개개인의 의사는 충분히 존중이 되어야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주민들의 얼굴이며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최고의 선량을 가려내는 중차대한 일인만큼 선출에 신중을 기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더불어 원구성이 끝난 후에는 집행부와 의회가 심사숙고하여 산적해 있는 군정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기치를 발휘하고 밝은 미래가 있는 희망찬 영광 건설을 통해 우린 군이 서해안 시대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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