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본지 297호에 게재된 "관광 영광을 위한 고찰"이라는 기고문에서, 거점관광지 위주의 개발을 통해 관광대군(觀光大郡)을 추구하고자 하는 영광군의 현실과 앞으로 추진해야 할 개발방향에 대해서 필자 나름대로의 몇가지 견해를 피력한 바가 있었다.

그동안 군에서는 열악한 자연조건을 극복해가며 관광대군으로써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해왔던 게 사실이었으며 또한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가 헛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관광대군이라는 명제를 향해 온 군력(郡力)을 집중해야 함에도 또 한가지 어려운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세계화라는 미명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자유무역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자는 것은 아니지만 위정자들의 외면 속에서 자칫 농촌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에 비춰 농군(農郡)이랄 수 있는 우리 군도 예외일 수는 없는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와 위정자들이 방심하고 있는 순간에도 세계화는 착착 진행이 되고 있었는데, 피할 수 없는 험난한 파고가 서서히 덮쳐오면서 자칫 농촌의 존립기반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지난 IMF에 이어 또 한번 험난한 파고를 이겨내기 위한 시험대에 서 있다고 하겠는데 필자는 차제에 몇 회에 걸쳐 주민 소득사업의 일환으로 채택되어도 좋을 특색사업 몇가지를 거론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로 뽕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고장 영광은 예로부터 '4백(四白)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었다.

소금과 눈(雪), 쌀에 이어 누에를 일컬어 4백의 고장이라 했는데 이들은 영광의 특산물인 굴비와 함께 오래 전부터 전통 특산물로 자리를 잡아왔었다.

특히 조선왕조 실록에도 기록이 되었을 만큼 잠업은 성행을 하고 있었으며 영광을 나타내는 또 다른 표현인 어염시초(魚鹽柴草)라는 말중에 들어있는 시(柴)자가 누에를 나타내는 섶시자인 것만 보더라도 우리고장은 누에와 많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근래에 들어와서도 군서면 만곡리 부근과 백수읍 상하사리 일대를 중심으로 잠업이 성행을 하여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시찰차 우리 군을 다녀갔을 정도였으며, 전국에서도 유일하게 잠업만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중학교가 우리 군에 있었으리 만큼 누에산업과 우리 군은 많은 인연이 있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잠업은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며 지금은 일부 몇 농가에서 동충하초 등 고단위 약제를 생산하기 위한 소량의 소득산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 역시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는데, 이는 벼농사 시기와 맞물려 일손이 달릴 뿐 만 아니라 힘든 일을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의식에서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제는 잠업이 새로운 유망 소득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우선, 예전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아직도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잠업은 뒤로하고 뽕나무를 활용한 농가소득에 중점을 두어 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일을 농업과 함께 농상(農桑)이라 하여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러나 뽕나무는 단순히 잎을 따서 누에를 치는 일에만 쓰인 것은 아니었다.

신장병, 심장병, 고지혈, 당뇨병 등 성인병과 노인병의 예방 또는 치료의 효과를 갖는 식품으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뽕잎은 이미 옛 의서(醫書) 등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매우 좋은 기능성 식품임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열매인 오디를 상실(桑實) 혹은 상감(桑堪)이라 하는데 열매의 즙액을 누룩과 함께 섞어 발효시킨 술을 상감주(桑堪酒)라 하여 강장주로도 알려져 있으며 탁월한 이뇨 효과와 함께 기침을 멈추게 하고 뛰어난 강장작용이 있어 정력제로 상음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타 여러 질병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뽕나무를 한자로는 상(桑)이라고 하는데 어린가지를 상지(桑枝), 잎을 상엽(桑葉)이라 하며, 열매는 상감자(桑堪子), 뿌리껍질을 상백피(桑白皮)라 하여 모두 중한 약재로 쓰이고 있다.

한방에서, 상지는 신경통 치료에, 상엽은 해열제로, 상감자는 강장제·발모촉진제 및 빈혈 예방에 사용하고 있으며, 상백피는 이뇨제와 고혈압 치료제 등으로 쓴다고 했다.

옛말에도 '뽕나무에서 나는것은 하나도 버릴게 없다'는 말이 있는데 최근에 뽕나무와 뽕잎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최근의 연구에서도 뽕나무 잎에는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루틴이라는 성분이 메밀보다도 무려 20배나 들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2002년5월24일자 중앙일보도, 뽕나무 열매인 '오디'에 함유된 천연 색소에 노화를 억제하는 물질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동의보감에도 '까만 오디는 뽕나무의 정령이 모여 있는 것이며 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오래 먹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는 내용과 함께 귀와 눈을 밝게 해주고 백발을 검게 만든다는 구절이 포함돼 있어 예로부터 노화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통 의학서인 동의보감이나 중국의 본초강목에서는 '뽕나무는 뿌리, 잎, 껍질, 열매 어느 하나도 약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만큼 뽕나무는 약재로써 쓰임새가 많았다.

일본에서도 뽕잎차에 대한 역사는 멀리 가마꾸라(鎌倉)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시대 스님 영서(榮西,1141-1215)는 자신의 저서인 '끽다양생기'에서 뽕잎차는 '선약(仙藥)중 제일 귀중한 선약'이라 했을 정도였다.

이 뿐만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는 육식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섬유질의 섭취량이 줄어들어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섬유질의 함량이 녹차가 10.6%인데 비해 뽕잎은 52.9%나 되어 녹차의 5배나 들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뽕잎에 관해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민간 단방들이 현대의 과학으로 조금씩 규명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뽕나무가 전통 산업이었던 우리 군으로써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즉, 지난 날 우리 군의 전통산업이었던 뽕나무를 다시 재배하여 새로운 농가 소득작목으로 전환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마나 묘량. 불갑등 비교적 청정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산간지역의 방치된 땅에 뽕나무를 심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복분자와 비교해서도 훨씬 약효가 뛰어나다는 오디(桑 )를 대량 생산하여 순곡주인 전통 오디술을 빚어 영광의 특산주로 널리 알리고, 뽕잎을 이용하여 각종 차 및 기능성 식품의 개발에도 남보다 앞서 추진하여 농가소득 증대에 한몫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남의 뒤를 따라가는 후발정책보다는, 비록 선행에 따른 많은 위험부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남들보다 앞서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며 이는 농민들에게도 새로운 소득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영광군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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